북한군 열병식 중 여군 대공부대 군인들이 14.5㎜ 기관총 4개를 연결한 ZPU-4 계열 고사포를 선보이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이번 GP 총격 사건 관련, 3가지 의혹은 유효 사거리 축소, 현장 지휘관의 '선(先)조치 후(後)보고' 지침 준수여부, 북한군 근무 교대시간 특정 등이다.
군은 3일 설명 과정에서 총격 시점인 7시 41분은 북한군의 근무 교대시간이어서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7일 중앙일보는 익명의 종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GP 근무 교대시간은 오전 7시"라며 군의 설명을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군 GP의 근무 교대시간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북한군 근무 교대 등의 행태를 분석할 때 대략적으로 교대 시간이 언제쯤이란 걸 알 수는 있지만, 정확히 딱 떨어지게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근무 교대시간 논란 자체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의 선조치 후보고 지침 준수 논란은 합참이 사건 직후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경고 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여기서 언급된 현장 지휘관은 GP 소초장일 것으로 인식됐으나, K-6 대응 사격 명령을 내린 주체는 사단장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합참의 GP 총격 당일 설명 이후 쏟아진 축소·은폐 의혹 3가지=GP 소초장(육군중위)이 아닌 사단장(육군소장)이 대응 사격 명령을 내린 것은 '선(先)조치 후(後)보고'라는 군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도발에 대한 대응 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지휘 책임자)이 먼저 조치하고 사후에 상부에 보고토록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합참은 "K-6 등 중화기는 대대장이 사격을 지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유사시 GP장이 선조치할 수도 있다"면서 "그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휘관이란 중대장급 이상을 의미한다"며 "현장 지휘관이라면 GP장(소대장)은 해당되지 않고, 중대장 또는 대대장급까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총격 직후 GP장이 첫 사격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당시 적의 도발 원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GP장이 아닌 사단장이 대응 사격을 지시했다'는 의혹은 이날 사건 당일의 군 대응 절차를 시간대별로 상세히 설명하면서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현장 지휘관인 대대장이 대응 사격 지시를 했지만, K-6 공이 불량으로 격발이 되지 않았고, 추후 사단장이 재차 대응 사격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혹은 고사총 유효 사거리 논란이다.
피격 당일인 지난 3일 군 당국은 탄흔을 분석한 결과 유효 사거리 내에서 화기가 발사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GP는 우리 군 GP보다 낮은 지형에 위치해 있어 도발에는 부적절한 GP"라며 "GP가 보유한 화기로 도발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도발의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 GP와 가까운 3개의 북한군 GP까지의 거리는 1.5~1.9㎞로, 유효 사거리 1.4㎞인 고사총으로 도발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수년 전 합참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북한 고사총의 지상 유효 사거리를 3㎞로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북한군과 우리 군 GP 간 거리가 1.5~1.9㎞인 것을 감안하면, 유효 사거리 내에서 우리 군을 겨냥해 총격을 가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합참 측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년 전 국회 보고자료에서 북한군 고사총 유효 사거리를 3㎞ 내외로 보고한 사실은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 군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1.4㎞ 내외이기 때문에 수년 전 당시 국회 보고 자료에서 3㎞라고 보고한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사총 지상용 전환은 세계적 추세지만, 군 "고사총 유효 사거리 1.4㎞만 공식 인정" 고집=합참은 이날 이와 관련 "한미 군사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북한군 고사총 유효 사거리는 1.4㎞"라며 "수년 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된 3㎞는 한미 군 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책자 외의 자료를 당시 실무자가 잘못 쓴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대공용일 때 1.4㎞라는 것만 한미 군사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팩트"라며 "그밖에 고사총의 최대 사거리가 대공용일 때 5㎞, 지상용일 때 8㎞라는 사항도 알려져 있지만 고사총에 있어 유효 사거리란 대공용일 때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의 이런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사총은 북한군이 적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공 공용화기다.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12.6㎜ 구경 K-6 기관총과 용도가 비슷하다.
14.5㎜ 기관총은 옛 소련에서 만든 구경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사용하는 12.6㎜ 기관총에 비해 화력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총에 삼각대를 달면 지상용 기관총, 트럭이나 장갑차, 탱크(전차) 등에 탑재하면 대공용(전투기 격추용), 함정용(해상 전투용), 지상용 등 육·해·공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북한군 고사총은 이 기관총을 1개나 2개, 또는 많게는 4개까지 연결해 만든 것이다. 1개는 ZPU-1, 2개를 연결한 것은 ZPU-2, 4개 연결한 것은 ZPU-4라는 명칭이 붙어 ZPU 시리즈로 불리기도 한다. 2013년 김정은 고모부인 장성택, 2015년 북한 조선인민군 서열 2위 현영철 등의 처형 때 사용된 무기로 더 유명하다.
ZPU-4는 여군 대공부대에서 주로 사용하고, ZPU-2는 보병연대 고사총 중대나 GP 등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참은 이날 설명에서도 북한군 GP에 '쌍열 고사총'이 설치된 것으로 미뤄 4발 이상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합참 조사 결과 GP 근무자들은 총성을 연속으로 3회 청취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최근 들어 고사총을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고사총의 한계가 뚜렷해 전투기 요격 용도는 사실상 사라졌고, 헬기 격추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구경이 14.5㎜밖에 되지 않아 우리 군의 대포병 레이더로 감지가 어려워 휴전선 도발에 적격이라는 평이다.
실제로 북한군은 지난 2015년 8월 20일 휴전선 도발 때도 고사총을 동원했다. 2003년 7월 경기 연천과 2010년 10월 강원 화천 도발 때에도 고사총을 쐈다. 오늘날 북한군에게 고사총은 더 이상 대공용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고, 지상용 기관총으로 용도를 변경 중인 셈이다. 2010년대를 전후해 이라크에서도 대인 직사화기로 고사총을 사용하는 등 고사총의 용도 변경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유독 이번 해명 과정에서 고사총의 지상용 용도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일관했다.
고사총의 제원에 대한 군 당국의 발표도 군사 전문가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군사 정보에 따르면, 북한군 고사총을 구성하는 14.5㎜ 구경 기관총 1대의 제원은 유효사격고도 1.4㎞이나, 최대 사격고도 5㎞, 최대 사정거리 8㎞, 유효 대공사정거리 2㎞, 유효 지상목표 사격 1㎞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고사총의 지상용 용도가 현실적으로 굳어지고 있는데, 군은 오히려 "고사총의 대공용 유효사격고도 1.4㎞만 공식적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한 것은 또 다른 축소·은폐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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