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포위망 구축일 듯
코로나19 새질서의 단면
외교안보가 곧 경제 이슈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경자년(庚子年)인 1840년 발발한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결국 홍콩을 영국에 넘기고 주요 항구의 문을 연다. 전 세계의 물산들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농촌 자급자족 중심의 경제 체제가 흔들린다.
1895년 청일전쟁까지 패하며 중국 정부의 권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진다. 청은 전후 일본에 랴오둥반도를 넘길 뻔한 위기를 ‘삼국(러시아·프랑스·독일) 간섭’으로 모면한 대가로 국내 각종 이권까지 열강에 내어준다. 헐벗은 민중과 토착 무술조직인 의화단(義和團)이 결합해 ‘청나라는 부흥시키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자(扶淸滅洋)’는 운동으로 발전된다.
의화단의 세력이 강성해져 베이징까지 위협하자 열강은 자국민과 공관 보호 등을 명분으로 군사력 동원을 통보한다. 경자년인 1900년 5월 28~30일에 이뤄진 일이다. 이때 군대를 동원한 나라가 미국·영국(인도 포함)·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오스트리아·러시아 등이다. 8개국 군대가 의화단을 진압한 이후 청 왕조는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며 반(半)식민지 상태로 전락한다.
2019년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만장일치로 공동성명을 채택한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며, 중국은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늘의 G7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빠지고, 인도와 캐나다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1900년 베이징에서 의화단을 진압한 8개국과 일치한다.
G7은 19세기와 20세기 초 ‘무력’을 앞세워 제국주의를 이끌던 열강들이다. 얼핏 보면 이제는 ‘경제’를 매개로만 뭉친 듯 보이지만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들이다. 트럼프의 G11 구상을 보면 정작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빠져 있다.
다시 경자년인 올해 5월 28일 중국이 홍콩보안법 입법을 강행했다. 29일 주한미군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에 새로운 장비를 반입한다. 그리고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에도 G7 정상회의를 제안했고, 호주·러시아·인도와 함께 한국도 초대할 뜻을 내비쳤다. 인도·호주·러시아를 포함하면 120년 전 베이징의 8개국과 다시 거의 일치한다.
경제로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G10 정도는 거뜬해 보인다. 캐나다나 호주보다 인구도 많고, 1인당 경제력 수치도 러시아나 인도보다는 낫다. 그런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주한미군은 미국 밖에서 가장 큰 해외 주둔군이며, 거리상으로도 중국에 가장 가깝다.
냉전 이후 세계화 덕분에 우리는 경제는 중국과 연결되면서, 외교안보는 미국과 단단한 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는 탈세계화다. 보편의 질서보다는 미·중 패권 다툼 국면에서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合從連橫)하는 난세(亂世)다. 대외 개방도와 의존도가 유독 큰 우리 경제다. ‘힘’의 대결에서 중심을 잃으면 경제도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