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위해 '미군 감축' 주장 지속할듯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왼쪽 세번째)이 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11일 미군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주한미군 장병에게 위문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주한미군 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냉정하게 따져봐서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되려면 3개의 큰 문을 넘어야 한다.
'중국 견제'가 핵심인 미국의 세계전략이 수정돼야 하고,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이 개정돼야 하며, 한미 국방 수뇌부 회의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공식 거론돼야 한다. 그러나 이 3가지 중 하나라도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먼저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주한미군은 미국에 있어 중국 견제를 위한 최첨병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여러 보수 싱크탱크들이 낸 많은 보고서에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첫 번째 문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 문을 통과했다고 해도 두 번째의 큰 문이 기다린다.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이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즉흥적 성향의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미 의회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의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는데 트럼프 임기 내 2만8500명 이상 유지하도록 의회가 법을 바꿨다.
세 번째의 문은 한미 군 수뇌부가 회의를 열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매년 한국과 미국은 국방 분야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중심 기조를 확인한다. 지난해까지 양측은 주한미군 유지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과정이 모두 실제로 일어나려면 수 년에 걸쳐 물 밑에서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에 반하는 움직임이 더 강하다.
◆미국의회 "주한미군 주둔, 미국 국익에 부합"=미국 의회에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히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이 미국 상원에 제출됐다. 미 의회에서 6.25전쟁 70년 관련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 의원이 한국전 발발 70년을 맞아 한미동맹이 상호 이익이 되고 국제적 파트너십으로 변모한 것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것이다.
의회 내 대표적인 친한파인 가드너 의원은 상원 외교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마키 의원은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다.
결의안은 "한국전쟁은 더이상 '잊힌 전쟁'이 아니라 '잊힌 승리'"라며 "1950년 6월 25일은 피로 맺어진 철통같은 한미동맹 시작의 상징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또 한미동맹은 70년이 지나면서 안보 관계에서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변모해 왔고, 한국은 제2차 대전 후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결의안은 한국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동북아 외교 정책에서 핵심축(linchpin·린치핀)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군을 한국에 전진 배치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의회 분위기에서 미국의 세계전략 수정이나 국방수권법 개정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즉, 현재 트럼프 측근 '주독미군 철수 가능성' 발언을 통한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측에서는 재선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 해외주둔 미군 방위비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대통령 취임 후에는 독일, 사우디, 일본,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를 향해 방위비 인상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비현실적 인상 요구에 트럼프의 압박이 관철된 곳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트럼프는 매년 1조원 가량을 부담하던 한국에 당장 내년부터 6조원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런 도를 넘은 제안을 덜컥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천문학적인 금액 인상 요구를 수용하고 나면 정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치솟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트럼프 재선 위해 '해외주둔 미군 감축' 주장 지속할듯=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미군 주둔국에 연말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방위비 인상 요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의 대선공약을 비록 지키진 못했지만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함으로써 지지자들의 세를 규합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독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해외 미군 감축 실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우리는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본토로 데려오더라도 아무도 놀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하게 논의됐지만, 독일 언론은 철군을 비웃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는 정말 미국에서 매우 논란이 된 주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그리넬 전 대사는 "미국인은 유럽과 나토 동맹국들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너무 많이 지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인근에서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관계자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 |
최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3만4500명의 주독미군 중 9500명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독일 정부는 전날 미국으로부터 '감축 검토'를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이러한 논의 속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들인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 등이 거론되면서 주한미군 철수 여부가 이슈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들 중 한국은 미국의 '중국견제'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감축, 철수가 논의되고 있다고 해서 한국도 같은 수준에서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감축 관련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대로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이 현실화하려면 먼저 트럼프가 재선돼야 하고, 재선 이후 3개의 큰 문을 통과해야 한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