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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奇異 주장하는 교보생명 FI…이미 많이 벌었다
삼성·한화 보다 배당 많아
7년간 1798억원 수령
풋옵션 시점·가치 주장
합리·공정성 논란 클듯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생명보험사들은 코로나19로 금융권에서 가장 타격을 입었다. 초저금리와 운용수익률 하락, 영업환경 악화에다 회계기준 변경까지 겹쳐 사면초가다. 사촌 격인 손해보험사도 손해율개선 수혜를 보는데, 이마저도 없어 반등장에서도 소외 당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도 안된다. 한화생명 0.1배, 미래에셋생명 0.27배, 동양생명 0.2배다.

생보사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돈다. 장기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예외인 곳이 있다. 아직 비상장인 교보생명의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어피니티 등 FI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1조2054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같은 금액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배당 성과를 따져봤다. 누적 배당수익은 교보생명이 1798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삼성(1689억원), 한화(1545억원) 순이다. 교보생명 FI들의 7년간 배당수익률(누적)만 14.38%다.

현재 어피니티 등은 풋옵션을 행사해 주당 24만5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산 주식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0만9912원에 되 사야한다고 주장한다. 애초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단 이유다. 2012년말 이후 2019년말까지 삼성 주가는 10만3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27.2%, 한화는 70.1% 하락했다. 지난 12일 종가로 보면 삼성은 4만6900원, 한화 1505원으로 더 처참하다. 교보생명이 상장했다면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어피니티와 신 회장 측이 부딪히는 지점은 결국 가격이다. 양측은 상장을 조건으로 풋옵션을 설정했다. 그런데 보기 드물게 행사가격을 정하지 않았다. ‘합리적’ 상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풋옵션은 수익이 안나는 조건에서는 의미가 없다. 행사시점은 풋옵션 보유자의 핵심권한이다.

어피니티 등이 풋옵션을 행사한 시점은 2018년 10월말이다. 12월 결산 법인의 반기 실적은 8월15일, 3분기(9월말) 실적은 11월15일까지 공표된다. 대기업들은 분기결산 후 1달 이내에 대부분 잠정실적 집계가 끝난다. 투자자를 위한 실적발표도 거의 1달 안에 다 이뤄진다. 10월 말은 3분기 실적이 거의 다 나왔지만, 아직 공표만 되지 않은 시점이다.

반기 기준보다 3분기말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행사 시점을 11월15일 이전으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2018년 3분기말 3개월 주가평균을 기준으로 PBR을 보면 한화가 0.38배, 삼성이 0.61배다. 교보생명 가치를 두 회사 평균으로 추정하면 23만5000원이다. 가장 높은 삼성의 0.61배를 적용해도 29만5000원이다.

시점을 기준으로 한 평균주가 추정도 이례적이다. 어피니티는 2018년 반기말을 기준으로 무려 이전 1년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통상 주가 기준을 잡을 때는 3개월, 길어야 6개월 평균치를 사용한다. 생보사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던 시기는 2017년 5월부터 11월까지다. 이후에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재무제표 기준 시점을 최대한 2017년 5월~11월과 가까이 붙여야 평균가가 높아진다. 2018년 1월~6월, 또는 4월~6월을 기준이면 주가가 크게 낮아진다.

어피니티 주장대로라면 ‘행사 시점’이 아니라, ‘행사 시점 이전 고점 때’를 기준으로 옵션 행사가를 인정해달라는 뜻이 된다. 교보생명의 건과 같은 양자간 풋옵션 계약은 확정수익률을 정해 투자자에게 ‘최소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풋옵션 행사가격을 정하지 않아 모호한 상황을 유발한 책임은 신 회장은 물론 FI에게도 있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로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큰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볼 수 있다면 공정하지 못한 계약이 된다고 주장한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이다. 궁박이나 무경험은 몰라도 ‘경솔’을 적용할 수는 있어 보인다.

양측은 오는 9월 중재판정부에서 직접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중재 결과는 내년 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재 결과에 어느 한쪽이라도 불복한다면 결국 재판으로 가야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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