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은 중형 아파트가 가장 올랐는데...대책 또 엇박자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정부가 19일,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전세 대책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에 전셋값 급등세가 나타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내용이 골자다. 대책 이전부터 공공임대 10만호 공급 등이 언급되면서, 전세난을 공급량으로 해소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대책의 밑그림이 나올 때부터 시장에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때 ▷원하는 지역 ▷원하는 조건의 공급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공급될 주택 요건과 실제 전세난을 겪는 수요층의 특성을 비교해봐도 엇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9일 전세난 해결을 위한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위한 물량, 전세난 겪는 중산층에 맞지 않아=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초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자가 보유비율은 58%, 전세 15.1%, 보증부 월세 19.7%, (보증부 없는) 월세 3.3%로 나타났다.
전세 비중은 소득을 10등분 했을 때, 저소득층(1~4분위)에서 10.9%로 가장 낮았고, 중소득층(5~8분위)이 18.7%로 가장 높았다. 고소득층(9~10분위)의 전세 비중은 15.3%였다. 전세난의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에선 중소득층의 전세 비중이 더 커져, 4명 중 1명인 25.3%에 달했다.
전세를 사는 사람은 사실상 중산층이란 이야기다. 이는 정부가 ‘공실’ 이 난 매입임대주택을 전세공급물량으로 풀어도 수요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전문가는 “전세난을 겪는 이는 큰 돈을 2년 내지 4년 묶어둘 수 있는 중산층인데, 1인가구용 임대주택 수요와는 맞지 않다”며 “뾰족한 대책도 없고, 전세매물 품귀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소득계층 1~4분위를 위한 공급량으로 잡아놨던 임대주택을 전세난 해소를 위해 5분위 이상에게 열어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 안전망으로 잡아둔 공공임대 물량을 임시방편으로 중산층의 주거를 위해 열어두게 되면,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수요 증가 시 탄력적 재공급이 어렵다. 또다른 문제가 예고되는 셈이다.
▶국민은 공공 공급은 됐고, 대출 늘려달랬는데…정부대책 거꾸로 =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것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주거실태조사에서 정부는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정책을 물었는데, 응답자의 셋 중 하나(31.2%)는 ‘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을 꼽았다. 다음으론 ‘전세자금 대출 지원’(23.5%) 답이 나왔다. 자금 유통과 관련된 요구가 54.7%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지원을 요구한 응답자는 문재인 정부 3년간 18.7%에서 23.5%로 4.8%포인트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거실태조사 발표 2주 후 ‘6·17 대책’을 통해 투기지구나 투기과열지역에서 3억원 이 넘는 주택 매수시 전세자금대출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갭투자 방지법’을 내놓았다. 수요자가 원하는 방식의 지원과 거꾸로 간 셈이다.
실제 대책 발표시마다 정부 정책은 비탄력적이고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가운데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면적은 60㎡초과~85㎡이하(이하 전용면적)의 중소형 면적인데, 당장 정부가 전세난의 공급확대 물량으로 제시한 매입임대주택 면적은 60㎡ 이하 소형으로 이뤄져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85㎡ 이상의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를 밝힌 바 있으나, 이제 막 언급된 터라 당장 계획으로 실현되긴 어렵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전세 평균 값이 많이 오른 면적은 60㎡를 넘는 중소형(13.6%)로 집계됐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이 예고된 7월 이후 이 면적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석달간 8.6% 상승했다. 이 기간 60㎡이하 소형은 7.3% 상승해 그보다 선호도가 적었다.
당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호텔을 활요한 전세물량 공급도 수요자의 요구를 읽지 못한 대책으로 꼽힌다. 호텔을 개조한 전세 공급은 리모델링에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할 뿐더러, 사실상 자녀를 둔 가구와는 맞지 않는 주거 형태다. 당장 공실 발생 호텔이라도 서울 및 수도권 지가가 크게 올라 전세난 해소 목적의 임대 수익이 지가를 감당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공공을 통한 공급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점점 ‘불필요하다’로 모아지고 있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 주거지원 정책으로 공공 공급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3년 새 감소했다. 전국에서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17년 8.0%에서 2019년 6.5%로 줄었고,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5%→11.9%), 공공분양주택공급(5.9%→5.7%) 등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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