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델타헤징’ 매수 촉발해
주가상승에 공매도 무력화
‘쇼트스퀴즈’로 주가재급등
대형주에서 나타날 수도
미국 게임스톱 주가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헤지펀드들이 주가하락으로 수익을 내려고 공매도(short selling)를 실행했는데, 개인들이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쇼트커버링(short-covering)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 답을 구하려면 파생상품과 기관의 헤징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원리로 한번 풀어봤다.
미국 개인투자자의 대명사인 ‘로빈후드’들 사이에서는 옵션 투자가 인기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면 이른바 지렛대(leverage) 효과로 현물 주식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옵션거래량이 그야말로 폭등했는데, 10계약 미만의 소규모 거래가 많았다고 한다. 지난 가을 잠시 감소하는 듯하다 최근 다시 급증추세다. 개인들은 주가상승에 베팅하는 콜 옵션(call option) 매수가 대부분이다.
보통 은행 등 기관은 가치 안정을 위해 보유주식의 가격변화 위험을 줄이는 ‘델타헤징’(Δ hedging)을 실행한다. 델타헤지에서는 콜옵션을 매수했다면 변동성만큼 주식을 팔아야 한다. 반대로 콜옵션을 매도했다면 변동성만큼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행사가에 주식을 넘겨야 하는데, 이 때 넘길 주식을 미리 사놓아 기회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주가가 행사가에 이르지 못하거나 하락한다면 콜 옵션을 무용지물이 되고 기관은 옵션 프리이엄으로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보면 콜옵션을 사는 쪽은 주로 개인, 파는 쪽은 기관이다. 개인이 콜 옵션을 많이 샀다는 얘기는 델타헤징을 실행하는 기관이 그만큼 주식을 매수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이 현물매수가 아닌 콜옵션을 매수함으로써 델타헤징을 실행하는 기관들이 더 큰 규모의 현물을 매수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주가하락으로 수익을 내려는 헤지펀드가 이 같은 위험을 간과한 채 무리하게 공매도를 실행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팔아 가격을 떨어뜨린 후 이를 되사 갚아야 수익이 난다. 빌린 주식을 팔았는데 되레 주가가 더 오른다면 더 비싼 값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해 손해다. 특히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더 빨리 더 많이 사야하는데, 이 같은 매매가 다시 주가를 떠 끌어 올리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게임스톱에 나타난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 )다.
이번 게임스톱 사태가 일부 종목이 아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개인들의 옵션 선호 때문이다. 콜 옵션을 사려는 이들이 많아져 가격이 오른다면, 델타헤지를 위해 콜옵션을 판 쪽에서는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쇼크 스퀴즈로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면 마진콜(margin call)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팔아야할 수도 있다. 한 종목의 변동성을 벗벗어나는 파장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구조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가격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가 가장 급등했는데, 미국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콜 옵션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도 이제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시장 내 개인자금 규모도 커지면서 영향력이 급팽창하고 있다.
게임스톱 사태를 단순한 헤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살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보인다. 미국 증시의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헤지펀드가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본 차원을 넘어, 개인의 집단적 파생상품 투자가 어떻게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지를 보여준 사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