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韓미사일 사정권" 질문에 中대변인 즉답 피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백악관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됨에 따라 한국도 사거리 무제한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ICBM 개발여부는 의지와 시간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한반도에서 사거리 1만㎞대 ICBM이면 사실상 세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700㎞대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900㎞대는 중국 베이징, 1100㎞대는 일본 도쿄가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거리는 6600㎞대, 호주와 유럽은 8000㎞대, 북미는 1만㎞ 전후 거리다. 남미는 1만7000㎞, 아프리카는 1만9000㎞ 전후다.
일단 우리 군 당국은 현재까지 미사일 사거리 상한선이었던 800㎞를 돌파, 1000㎞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개발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거리 1000~3000㎞인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사거리 3000~5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사거리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단계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SRBM에서 MRBM-IRBM-ICBM에 이르는 미사일 개발 과정은 북한이 이미 전철을 밟은 바 있다.
북한은 1976년 이집트에서 수입한 구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사거리 300㎞)을 분해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스커드 미사일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1988년 전후로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
북한은 이어 사거리 500㎞인 스커드-C, 700㎞인 스커드-D, 1000㎞인 스커드-ER을 추가로 개발해 배치했다.
북한은 1990년엔 사거리 1300㎞인 MRBM격 '노동'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사거리 3000㎞ 이상인 IRBM격 '무수단'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사거리 제한 해제된 南, 北ICBM 개발 전철 밟을까=북한은 1998년 훗날 ICBM의 원형이 되는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런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 2006년 사거리 6700㎞급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했다가 실패하고, 2009년 '광명성 2호'를 탑재한 대포동 2호 재발사를 감행했다.
2012년 4월 사거리 1만㎞급 대포동 3호를 발사했으나 3분여만에 추락, 실패했고, 그해 12월 '광명성 3호'를 탑재한 대포동 3호 재발사에 도전해 성공했다. 당시 발사 성공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위협은 현실화됐다.
북한은 2017년 4월 IRBM인 무수단 미사일 개량종인 화성-12형 시험 발사에 실패했고, 다음달에는 성공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타격권 안에 들었다"고 말해 화성-12형 사거리는 4000~1만㎞로 추정됐다.
또한 2008년 미 정찰위성에 처음 포착된 화성-13형은 2012년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됐으며, 2017년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과 함께 노출되기도 했다. 북한이 사거리 1만2000㎞라고 주장한 화성-13형은 북한 최초의 ICBM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ICBM격인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 사거리가 6400㎞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만㎞ 전후로 추정된다.
또한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화성-15형 사거리를 최대 1만3000㎞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 시험 발사를 마친 뒤 지구 전역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확보했다면서 핵무기의 모든 개발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의 가장 최신 ICBM은 지난해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SLBM '북극성-4A'와 함께 처음 공개된 화성-16형이다. 이 ICBM은 탄두부가 다탄두 탑재 형상을 취했고,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기존 9축 18륜에서 11축 22륜으로 늘어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군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나, 자본과 기술 면에서 훨씬 유리한 환경에 있어 예상보다 더 빨리 ICBM 개발 완료에 이를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북한은 자체 개발한 ICBM의 목표를 미 본토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남한을 겨냥한 무기 개발을 넘어서 해외로 눈을 돌린지 오래다.
우리 군 또한 해군의 경항공모함과 공군의 공중급유기 보급 및 KF-21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 주력 무기의 사정권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 규제 철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일단 중국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세계전략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미사일 지침 종료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중국 견제력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연합] |
▶"중국 베이징, 한국 미사일 사정권 들 수도" 질문에 中대변인 즉답 피해=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은 경계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사정거리 800㎞의 탄도 미사일을 대구에서 발사하면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 산둥(山東)반도와 랴오둥(遼東) 반도에 있는 옌타이(煙台)와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등이 사정권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거리 제한 폐지 후 한국이 장래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도 사정권에 포함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타매체 보도를 인용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정치, 경제, 외교 수단만으로는 한국의 사거리 800㎞ 이상 미사일 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전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로 중국 일부 대도시가 한국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에 즉답을 피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내'로 미사일 성능을 제한하기로 한 지침이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이런 제한은 차츰 완화됐다.
2017년 11월에는 한미협의 결과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까지 늘리고, 탄두중량 제한을 풀어 현재의 사거리 800㎞, 탄두 중량 2t의 '슈퍼' 미사일 현무-4가 개발됐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 결과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철폐됐다.
이에 따라 현무-4를 사거리 2000㎞까지 늘리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 중량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어렵지 않게 사거리가 200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