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콩범벅’, ‘보리밥장떡’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가난해서’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해’ 먹는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서 오곡중 으뜸이라며 ‘오곡지장’(五穀之長)으로 언급한 보리이다.
보리에는 비타민 B, 칼륨, 철분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하지만 이것 만큼 보리의 유명세에 힘을 실어준 영양소는 없었다. 바로 베타글루칸이다. 호박처럼 ‘옐로푸드’(yellow food)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이 아니다. ‘베타글루칸’(β-glucan)이다.
귀리가 ‘슈퍼푸드’로 불리는 주된 이유는 이 베타글루칸이 많기 때문이다. 보리 입장에서는 살짝 억울할 수도 있다. 보리 또한 베타글루칸이 많은 곡물이기 때문이다.
베타글루칸 효능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현대인의 골칫덩이인 ‘나쁜’ LDL콜레스테롤의 청소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현대인의 건강에 중요한 지표이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데 이로 인해 혈관이 뇌에서 터지거나 막히면 뇌졸중, 심장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보리는 이러한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재료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임상실험(2016)에서는 보리 추출 베타글루칸이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보리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혈당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당뇨병 예방에도 좋은 성분이다. 보리 섭취가 혈당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논문들은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2016)에 실린 국내 연구를 비롯해 많이 보고돼있다. 즉 보리는 혈관건강을 좀먹는 일명 ‘쓰리고’(고혈압, 고혈당(당뇨), 고지혈증) 질환 예방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인 셈이다.
보리 중에서도 특히 늘보리에 식이섬유가 많다. 우리가 밥에 넣어 먹는 보리는 보통 쌀보리와 늘보리로, 쌀보리는 찰기가 있는 반면 늘보리는 회색빛에 찰기가 적다. 꽁보리밥이라 부르는 것은 이 늘보리로 지은 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늘보리 100g의 총 식이섬유는 20.8g으로, 쌀보리(12.8g)보다 많다. 다만 늘보리는 찰기가 부족해 쌀이나 찹쌀을 섞어서 밥을 짓고, 최소 2시간 불려야 맛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리콩범벅', '보리마늘종볶음', '보리열무지짐', '보리밥장떡' [농촌진흥청 제공] |
보리를 꼭 밥에 넣을 필요는 없다. 보리에 강낭콩 등을 섞어 끓인 ‘보리콩범벅’은 트렌디한 ‘샐러드 보울’(Salad Bowl, 한 그릇에 샐러드 등이 담긴 음식)처럼 가벼운 한 끼로 즐길 수 있다. 이 외에 ‘보리밥장떡’이나 ‘보리마늘종볶음’, ‘보리 열무지짐’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보리가루를 이용하면 떡이나 식혜 등도 만들 수 있다. 보리를 찬 물에 반나절 이상 불린 뒤 센 불로 볶아 믹서기에 갈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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