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실적에 힘입어 시가총액에서 현대자동차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상장으로 마련한 2조5500억원의 ‘황금실탄’이 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실적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줄 것이란 기대가 커진 모습이다. 중금리 대출확대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중은행에 몰린 대출 자산을 빼앗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대출 이동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의 핵심은 얼마나 싸게 돈을 조달해서, 얼마나 높은 수익률로 굴리느냐다. 가장 저렴한 조달방법이 이자비용이 들지 않는 주식이다. 상반기말 2조9000억원을 넘어선 카카오뱅크의 자본은 이달 초 상장으로 당장 5조50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자산수익률(ROA), 자본수익률(ROE), 순이자마진(NIM) 등 크게 3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NIM과 ROA에서는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을 제쳤다. 증자로 크게 자본이 늘어난 만큼 충분한 차입(leverage)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ROE에서 시중은행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ROA와 NIM에서는 추월을 넘어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신고서에 밝힌 공모자금 사용처를 보면 운영자금이 2조1790억원으로 대부분이다. 연구개발 핀테크 인수합병, 글로벌 진출 등에 3500억원을 배정했지만 이 역시 당장 지출될 성격은 아니다. 조달비용 들지 않는 자본이란 점에서 수익성이 매우 높다.
시중은행이 위험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다면,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높은 신용대출이 거의 전부다. 비용효율로 수신금리도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이 강하다. NIM은 국민은행이 1.56%포인트, 카카오뱅크다 1.89%포인트다.
카카오뱅크는 빠른 시간 안에 차입을 늘려 자본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수준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은 규제 예외를 적용받는 중금리 대출 확대와 다른 은행들의 대출자산을 빼앗아 오는 방법 뿐이다. 중금리 대출은 틈새 시장이란 점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고, 연체율이란 변수도 존재한다. 최근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시중은행과 빅테크간 이견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빅테크 중심의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카카오뱅크와 내달 출범할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자금 대이동(money move)’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에도, 시중은행에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토스뱅크다. 내달 출범과 동시에 카카오뱅크와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연이자 2.5%의 파격적인 신용대출은 이미 예고됐다. 카카오뱅크의 시장 데뷔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토스뱅크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투자자를 확보해 자본을 확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스뱅크가 당장 상장하기는 어렵지만, 모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상장할 수도 있다. 은행 외에 증권, 보험 등을 자회사로 가진 비바리퍼플리카가 자본을 확충해 토스뱅크에 투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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