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이번엔 진짜가 터졌다. ‘달고나 커피’가 아닌 진짜 ‘달고나 뽑기’다.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달고나가 등장하면서 돌풍을 몰고 있다.
사실 ‘달고나 커피(Dalgona coffee)’는 엄밀히 말하자면 ‘달고나’가 아니다.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넣고 수백 번 저어 만들면 ‘달고나 맛’이 난다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이는 서양 ‘커피’와 결합된 음료 버전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국의 길거리 간식인 진짜 ‘달고나’ 열풍이다.
달고나 만드는 모습. [유튜브 캡처] |
‘오징어 게임’이 현재 넷플릭스 전 세계 인기 1위를 차지한 사실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섭게 확산되는 ‘화제성’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도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드라마에 나오는 ‘삼양라면’이나 소주, ‘양은 도시락’ 등의 K-푸드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화제의 중심은 ‘달고나’에 있다. 시청자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는 명장면도 여기서 탄생된다. 배우 이정재는 최근 넷플릭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오징어 게임’으로 오징어(못생긴 사람을 뜻함)가 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그 잘생긴 이정재가 완벽하게 찌질한 ‘오징어’가 되버린 순간은 바로 달고나가 나올 때이다. 그저 단순한 어릴적 놀이 하나에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절박한 표정으로 달고나를 핥는 모습은 터지는 웃음과 함께 시청 후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다.
이베이에서 판매중인 ‘달고나 만들기 세트’[이베이 제공] |
인상적인 달고나 장면은 드라마 시청후 ‘달고나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 각종 해외 매체의 보도 뿐 아니라 실제 이베이와 아마존과 같은 미국 대표 쇼핑몰에서 ‘달고나 만들기 세트’ 상품이 22~34달러(약 2만 6000원~4만 원)까지 팔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5000원 대)보다 5~8배 비싸지만 해당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는 상황이다.
물론 레시피와 후기도 쏟아진다. 미국 야후뉴스는 “달고나 레시피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바늘을 이용해 달고나 모형 자르기에 성공한 동영상은 물론, ‘실패작’도 폭발적인 인기다.
달고나를 만드는 영상 (틱톡, 유튜브 캡처) |
인도네시아 매체 데틱컴은 달고나를 만들던 중 플라스틱 국자가 불에 녹아버린 영상이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고 전했다. 남미에서도 관심이 높다. 칠레 현지언론 라 떼르세라는 달고나의 인기를 전하면서 수도 싼티아고 내 한국식당에서 달고나 게임 도전에 승리한 손님에게 블루투스 이어폰 증정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달고나 커피 동영상[유튜브 캡처] |
70~80년대 한국 길거리 간식의 대표주자였던 달고나가 이처럼 글로벌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우선 시기적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는 K-푸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코로나 스트레스를 달래줄 초콜릿 등의 달콤한 간식 수요가 동시에 높아진 상황이다.
또한 달고나의 달콤함은 이미 ‘보장받은 맛’이기도 하다. 지난해 ‘달고나 커피’ 유행을 통해 달고나 맛에 친숙해졌거나 이를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
코로나 상황에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도록 재료와 레시피도 간편하다. 설탕과 베이킹 소다, 조리도구만 있으면 뚝딱 완성된다.
여기에 흥미진진한 재미 요소까지 더해진다. 이정재 만큼의 절실함은 아니더라도 달고나 뽑기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지루한 코로나 일상에서 꽤 괜찮은 재미가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로도 제격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포스트는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한국의 커피가 휘저어지고 있다”며 “달고나커피가 소셜미디어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엔 ‘진짜’ 달고나의 점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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