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적 접근법 인정
경제환경 변화 따라
인과분석·대응 중시
“연구업적은 지극히 평범함(contributions has been pretty modest)”
U.C버클리대학이 지난 11일까지 유지한 데이비드 카드 교수에 대한 소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데이비드 카드, 조슈아 앵그리스트, 귀도 임벤스를 53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카드 교수 본인은 노벨위원회의 수상 통보를 장난 전화로 오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1993년 유명세를 탔다. 당시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꼭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는 논문으로 전세계 정책담당자들 사이 논쟁을 촉발했다. 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 동안 경제학에서 신봉되던 원리였는데, 이와 배치되는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 교수의 이번 수상은 당시 논문 결과 때문은 아니다.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론자도 아니다. 그간의 수상자들은 새로운 경제이론을 발견한 업적을 인정받았지만, 이번에는 자연과학에서 사용되는 연구방법인 실증적 접근(empirical research)이 가치를 인정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통 경제학 이론들은 많은 도전을 받았다. 노동이 중시되던 20세기 경제패러다임에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이 몰고온 변화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게 됐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로 금융이 진화하면서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는 더욱 벌어졌다. 각국의 양적완화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으며 필립스곡선에 대한 회의가 높아졌고, 최근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는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임금상승에도 고용이 늘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마이너스 국채 금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기존에 ‘신봉’되던 법칙을 전제로 한 대응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상황에 따라 경제현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임기응변이 중요해진 셈이다. 경제상황의 원인과 결과의 실험적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것이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이다.
경제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잘 아는 일은 투자자에게도 중요하다. 낡은 법칙만 믿다 경제현상을 잘못 이해한다면 낭패다. 특히 정치·사회적 현상과 연관된 경제문제는 더욱 그렇다. 일례로 카드 교수의 연구를 보면 교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실험들이 많은데, 경제격차에서 교육의 격차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육의 효율을 높인다면 경제적 부가가치, 즉 생산성 향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달리 표현하면 ‘에너지 대전환’과 ‘통화에서 재정으로의 경기부양 주체 변이’ 과정이다. 기후변화와 국제갈등 등 간섭요인에 변동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에너지 공급에 구조적 한계가 없는 한 시장을 통한 수급 균형은 이뤄지기 마련이다. 통화정책 변화로 금리가 바뀌면 자산가격도 다시 계산되는 게 당연하다. 전세계적으로 팽창한 빚도 좀 줄여야 한다. 재정이 경기부양을 담당하게 되면 경제활동에 좀 더 실질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하기엔 아직 경기침체 부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 가장 큰 위협은 갈등이다. 양극화의 갈등,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다.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면 단기간에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시점을 정확히 예상해내기는 어렵다.
이제 경제현상을 보는 눈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노벨위원회의 이번 경제학상 수상자 선정은 그런 점에서 큰 가르침으로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