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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LX 독립하니 ㈜LG 주가 급락…과연 악재일까?
지배력 교환 내부 거래
실행 전 준비 거쳤을 듯
내부 재단 증여도 묘수
주가 하락은 반전 기회

㈜LG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독립 과정에서 대규모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이들은 오히려 LG가(家) 사람들이다. 어차피 구본준 회장이 판 만큼 구광모 LG회장 등이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돈이 절약된다.

최근 LX홀딩스와 ㈜LG의 대규모 주식 매매는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일사분란한 지휘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집안 ‘어른들’의 도움이 크겠지만 역시 ‘지휘자’는 구광모 회장이다.

지난 13일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267만주를 장외에서 매입했다. 이날 종가 기준 2700억원 상당이다. 247만여주를 구본준 회장을 제외한 ㈜LG 특수관계인들이 매각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와 딸 구연경 씨 등 모두 9명이다. 구광모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삼촌인 구본식 LT그룹 회장은 물론 깨끗한나라 최병민 회장까지 힘을 보탰다. 최 회장은 아내인 구미정 씨(구본능 회장 여동생)와 딸 최현수 씨까지 나섰다.

14일 구본준 회장은 ㈜LG지분 657만주도 처분했다. 주당 7만9900원씩 총 5249억원 규모다. 납부해야 할 세금을 제외하면 4000억원가량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 매각에 2700억원을 썼으니 이번 거래로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구본준 회장이 236만주를 LG그룹의 3개 재단에 기부한 대목이다. 시가로 2000여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3개 재단은 ㈜LG 주요주주다.

구본준 회장이 매각한 주식 수의 상당수는 구광모 회장 측에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 지분을 매각한 9명이다. 다만 LX홀딩스 매각대금은 약 2500억원으로 추정돼 구본준 회장이 판 정도의 ㈜LG 지분을 매입하기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 29일 구광모 회장은 누이인 구연경·연수 씨와 함께 ㈜LG 보유주식 314만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맡기고 1550억원을 빌렸다. LX홀딩스 주식을 판 돈과 빌린 돈까지 합하면 구본준 회장이 시장에 판 지분 대부분을 되살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만약 구본준 회장이 3개 재단에 기부하지 않았다면 ㈜LG 특수관계인들의 지배력이 꽤 많이 하락할 뻔했다.

구광모 회장 측의 ㈜LG 지분 매수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LG 주가가 하락할수록 매수비용은 줄어든다. 여하튼 이들의 매수가 이뤄지는 때가 이번 이벤트와 관련한 ㈜LG 주가의 단기 저점일 수 있다.

한편 깨긋한나라 최 회장 일가가 LG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때 깨끗한나라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LG가 방계인 희성그룹이 경영권을 받아줬다. 이후 희성은 다시 최 회장 일가에 깨끗한나라 지분을 넘긴다. 최 회장은 직접 돈을 들여 매입한 상당한 ㈜LG 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LG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외곽에서 실질적 ‘내부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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