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을 생산하는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 비욘드미트의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 [비욘드미트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난 다 포기해도 육식은 포기 못 해.. 삶의 즐거움이 사라지는걸?”
채식주의에 대해 얘기할 때면 열에 아홉은 이같은 반응이다. 채식을 선언하면 삼겹살, 불고기, 갈비찜 등 한국인 소울푸드 대부분이 그림의 떡이 된다. 음식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뿐만 아니다. 회사 동료와 점심 메뉴를 고민할 때마다 그 식당에 채식 메뉴가 있었던가 확인해야 하고, 유난한 사람으로 소문나지 않기 위해 억지로 ‘혼밥’을 택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20년 뒤에는 채식주의자들의 입지가 바뀔 수도 있다. 카페에 갔을 때 “아메리카노는 아이스로 주세요” 주문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제 메뉴는 비건으로 주세요”라는 요청이 일상화될 수 있다. 입맛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바로 고기가 부족해져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오는 2050년 인류의 육류 소비량이 2018년의 304만t보다 50%가량 늘어난 455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인구가 약 76억4000만명에서 92억명으로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인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인구 한 명당 소비하는 육류량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선호하고 있던 것 아니었나? 그건 선진국 얘기다. 개발도상국에선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육류 선호도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육류 소비량의 전체 성장률은 선진국의 4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소재의 특성과 개발 방법에 따라 식물성 대체육, 식용곤충, 배양육 등으로 나뉜다. 식물성 대체육은 콩이나 버섯 등 식물성 원재료를 가공해 고기와 같은 질감, 식감, 맛은 구현해 낸 식품을 말한다. 식용곤충의 경우 장수풍뎅이 애벌래,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 쌍별 귀뚜라미 등이 식품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대체육 [123RF] |
대다수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진짜 고기만 하겠어?” 생각할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체육이 바로 배양육이다.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한 뒤 세포 공학 기술로 배양, 생산해낸 식용 고기인데, 도축을 거치지 않고도 얻어낼 수 있어 할랄 같은 종교적 기피나 동물 복지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배양육은 현재까지는 기술 장벽이 높고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대량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생산 단가가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1~2년 내로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육을 상용화한 사례가 나왔다. 국내서도 씨위드, 다나그린, 셀미트 등 배양육 제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1~2년 내 상용화를 자신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따르면, 전통 육류와 대체육 소비 비율은 2025년 9대1에서 2040년 4대6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육류 시장에서 배양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0년 35%까지 늘어나, 식물성 대체육(25%)을 넘어서 전통육(40%)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만들어낸 고기를 저렴하게 유통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사회라면, 가축을 지금보다 빨리, 더 많이 키워내는 방법도 누군가 개발해내지 않을까? 여기서부터는 환경 문제가 등장한다. 단순히 고기를 부족함 없이 먹기 위해 더 많은 가축을 키우기에는,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대표적 반추동물(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인 소는 방귀를 자주 뀌고 수시로 트림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연 평균 70~120㎏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세계적으로 15억마리가 사육되는 점을 고려하면 1억500만~1억8000만t에 이르는 온실가스를 배출되고 있는 셈인데, 전 세계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을 포함한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그린피스] |
이밖에도 육식 산업은 다양한 경로로 지구를 병들게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는 브라질 농장주들이 소를 키울 공간을 확보하고, 콩과 옥수수 등 동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는 화전개간에서 시작됐다. 숲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수십억t의 이산화탄소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한다.
결론.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동시에 1인당 육식 소비량까지 증가한다. 그렇다고 그만큼 소를 더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비싼 돈 내고,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진짜 고기’를 원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대체육에 조금씩은 익숙해져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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