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한 마을 뒷산에 방치된 쓰레기 현장. 비닐과 폐타이어, 스티로폼, 유리 등 폐기물이 20t 대형트럭 수백대 규모로 쌓여 있다. 안경찬 PD·윤병찬 PD, 시너지영상팀 |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지구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만들어내는 것. 인류 탄생 이래 꾸준히, 도시·산업화 이후론 폭발적으로 양산하는 것. 누구나 만들면서 누구든 거부하는 것. 우린 이를 ‘쓰레기’라고 부른다.
쓰레기 역사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조개껍데기 무덤 조개무지(貝塚·패총)는 석기시대 인류의 고고학 유물이다. 오랜 기간 인류가 배출한 쓰레기 대부분은 똥과 오줌. 이는 식물 비료로 순환됐다. 엄밀히 우린 이를 쓰레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진짜 쓰레기는 도시화·산업화 이후부터다. 인구 밀집과 증가는 지구가 감내할 수 없는 쓰레기 폭증을 가져왔고, 산업화 이후 생산·소비·폐기의 순환주기는 급격히 짧아졌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기업은 끊임없이 대량 생산했고, 소비자는 끊임없이 쓰고 버렸다. 플라스틱 발명은 쓰레기 역사에선 최악의 참사다. 썩지 않은 쓰레기 시대가 도래했다. 썩지 않으니 쓰레기는 쌓이고 또 쌓였다.
한국 쓰레기 역사도 마찬가지다. 손영배 박사의 ‘한국 쓰레기 2천년사’에 따르면, 삼국시대 각종 유물에서 쓰레기를 다룬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세종·영조실록에 청계천 오물 문제가 언급된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배설물이 쓰레기 전부였던 시절, 이마저도 비료로 귀히 쓰이니 쓰레기는 기록할 가치가 없는 대상이었다.
쓰레기가 문제로 대두된 건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부터다. 도시·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서울 곳곳에 쓰레기 처분장이 생겨났다. 용산, 만리창, 밤섬, 신촌, 독립문 외곽 등이다. 1960년대엔 서울 각 지역으로 매립지가 늘었고, 1978년엔 난지도로 서울 쓰레기를 총집결시켰다. 15년간 난지도에 쌓인 쓰레기는 총 9200만t. 높이 10m에 달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이다. 더는 감내하지 못해 쓰레기 산 위로 흙을 덮고 공원화한다. 그리고 찾은 곳이 현 수도권 매립지. 이제 ‘쓰레기 폭탄’은 수도권 매립지로 투하 중이다.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수도권 매립지. 서울, 경기도, 인천의 쓰레기가 모인다. 전국 매립 쓰레기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제1~2매립지는 이미 포화, 사후관리 중이며 현재 3-1 매립지를 사용 중이다. 이마저도 이젠 한계다. 인천시는 2025년 이후 더는 쓰레기 반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환경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체는 대체부지를 모색 중이나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0곳.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3년. ‘쓰레기대란’은 예고돼 있다.
‘님비(not in my backyard)’로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내 마당이든 남 마당이든, 현 쓰레기 배출량을 감당할 마당 자체를 찾을 수 있을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연간 폐기물 반입량은 약 300만t(작년 기준 290만7783t)에 이른다.
충남 천안시 한 마을 뒷산에 방치된 쓰레기 현장. 비닐과 폐타이어, 스티로폼, 유리 등 폐기물이 20t 대형트럭 수백대 규모로 쌓여 있다. 안경찬 PD·윤병찬 PD, 시너지영상팀 |
합법적 방도가 한계에 직면하면 이젠 불법 투기 차례다. 환경부에 정보공개청구한 불법 쓰레기 적발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곳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는 26만여t이다. 적발된 규모만 이렇다. 불법 쓰레기 투기 행태는 인적 없는 곳을 넘어 이젠 마을 인근까지 침투했다. 내 집 옆 빈 건물에 쓰레기 산이 숨어 있는 식이다.
쓰레기는 이제 반격할 태세다.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우리 일상으로 쓰레기를 토해내고 있다. 합법적으론 매립지를 찾을 수 없고, 불법적으론 일상 옆까지 쓰레기 산이 등장했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쓰레기 발생자 처리 원칙’이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책임지는 것.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반드시 줄여야 한다. 개인, 지자체,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내가 양산한 쓰레기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인식 속에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최우선과제”라며 “쓰레기 양산을 가져온 기존 세대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