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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샴푸통 하나에 부품 10개…재활용 포기해도 되는 이유 [지구, 뭐래?]
매번 새로운 용기 재활용하는 대신
기존 용기에 리필하는 다(多)사용
샴푸통을 분해하니 펌핑 뭉치에서만 10개 부품이 나왔다. 환경부가 배포하는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는 ‘펌핑식 용기의 부속품(노즐, 스프링 등)은 별도 배출하라’고 돼 있다.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라는 얘기다. [최준선 기자]
쓰레기 대체 도감 〈6〉 샴푸통

“굳이 플라스틱이어야 하나? 꼭 일회용으로 만들어야 했나? 애초에 꼭 필요한 물건이었던가?” 너무나 당연하게 한 번만 쓰이고 버려지는,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고 노력하면 친환경적일 수 있는 물건들의 이야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샴푸통은 도대체 어떻게 버려야 잘 버리는 걸까.”

분리배출에 신경 쓰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해봤을 고민이다. 더 이상 거품이 안 날 정도로 깨끗이 씻어도, 용수철이 숨겨져 있는 샴푸 펌프 뭉치를 보면 여전히 찝찝하다. 이리저리 돌려 보고 양쪽으로 힘주어 당겨도 봤지만 끄떡없다.

결국 공구통에 있던 펜치를 꺼내 들었다. 부술 기세로 뜯어내자 그제야 해체됐다. 펌프 뭉치에서만 총 10개의 부품이 나왔다.

샴푸통을 최소 단위로 해체해 분리배출했지만, 실제 재활용될 가능성은 낮다. 폐기물 선별장으로 옮겨진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 혹은 소각된다. 어떤 소재로 된 플라스틱인지 표기가 안 된, 샴푸 펌프와 같은 소형 플라스틱은 특히 더 그렇다. 실제 환경부가 배포하는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는 ‘펌핑식 용기의 부속품(노즐, 스프링 등)은 별도 배출하라’고 돼 있다. 별도 배출 시설이 없다면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샴푸 몸통은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을까? 기자가 해체한 샴푸통의 경우, 일단 불투명한 녹색이라 재활용 과정에서 그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소재 표기도 불명확했다. 몸통에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몸체에 붙어 있는 라벨에는 ‘투명 폴리프로필렌(PP)’이라고 적혀있다. 재활용을 위해 10분 넘게 공을 들였지만, 이 정체 모를 골칫거리 쓰레기는 땅에 묻히거나 태워질 가능성이 더 높다.

‘펌프’ 없는 샴푸를 찾아봤더니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면, 혹은 펌프 뭉치가 없다면 샴푸통을 버리면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다소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마트 매대에 진열된 샴푸 제품의 모습. 모두 재활용이 어려운 펌프식 용기였다. [최준선 기자]

깨끗이 씻어버리기만 하면 되는 ‘무(無) 펌프’ 제품들이 있을지 동네 마트를 찾아가봤다. 하지만 진열된 10개 제품 중 펌프가 없는 것은 한 개도 없었다. 또 모든 제품이 불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재활용 가치가 낮았다. 몸체에는 그림과 글씨가 인쇄돼 환경부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상 ‘재활용 어려움’에 해당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샴푸·린스 시장 규모는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약 1조3182억원이다. 제품 1개당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억3000여개 용기가 생산된 셈인데, 용기 무게가 100g이라고 했을 때 총 1만3000여t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면 2만t을 훌쩍 넘고, 이를 전부 흡수하려면 400만그루 이상의 나무가 필요하다.

용기 말고, 샴푸만 사면 된다

샴푸를 쓰는 이상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죄책감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걸까. 포장재가 따로 없는 고체형 샴푸 제품이 많아지고 있지만, 액상 샴푸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제품의 기능과 보관의 용이성 측면에서 여전히 의구심과 거부감이 남아 있다.

액상 샴푸를 쓰되, 용기는 빼고 샴푸 용액 자체만 구입하면 되지 않을까? 직접 용기를 들고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국내 최초로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한 아로마티카는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와 화장품을 원하는 용량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용기든 세척해서 건조해오기만 하면 간단한 살균 소독 과정을 거쳐 리필 용기로 이용할 수 있다. [최준선 기자]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최근 찾은 아로마티카 서울 신사점의 경우, 어떤 용기든 세척한 뒤 건조한 상태로 가져오기만 하면 샴푸 등 제품을 리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물론 세척이 잘 안 됐을 경우를 대비해 약 5분 간의 살균 소독 과정도 거쳤다. 리필은 원하는만큼만 하면 되고, 가격은 리필한 용량에 따라 책정된다. 기자의 경우 500㎖ 용량 텀블러를 가져갔는데, 절반 만큼만 채워달라고 요청해 약 300g의 샴푸를 구매하고 4500원을 지불했다.

안 쓰는 투명 플라스틱 텀블러에 샴푸 제품을 리필했다. [최준선 기자]

물론 리필을 하려면 직접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용기에 담긴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10% 이상 저렴해, 집 근처에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면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하다. 예컨대 아로마티카의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는 현재 400㎖ 용량 유리병에 담은 제품을 2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리필해 사용하면 1만7000원 수준에 구매 가능하다.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할 수록 경제적으로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환경부는 최근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를 시행했다.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여러 활동을 실천할 때마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제도다. 리필 스테이션 이용과 관련해서는 1회당 2000원씩, 1년에 최대 1만원을 지급한다. 참여하고 있는 기업 및 상점의 목록은 아래 표를 참고하면 된다.

탄수중립 실천포인트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리필 스테이션.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 캡처]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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