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 절대적 강자 없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인수 가능성 솔솔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품에 안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어디 없나?”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면서, 절대적인 ‘지배자’가 없는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려는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한 업계 기대감이 커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NXP와 인피니언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500억달러(약 59조800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약 100조4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4년 사이에 약 40조원 가량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내다본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성장률은 지난해 24.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7.8%, 2025년 12.9% 등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올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23.6% 성장했던 컴퓨터·데이터 저장용 반도체 분야는 올해 0% 성장률을 보이며 정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
이에 따라 차량용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 합종연횡은 업계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5대 업체가 차지하는 이 시장엔 현재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없다.
네덜란드의 NXP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회사다. 2006년 필립스에서 분사된 이후 굴지의 비메모리 전문 반도체 회사로 성장한 네덜란드 기업 NXP는 퀄컴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44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을 정도로 알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3조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3조원)은 전년보다 5배 이상 급증한 이 기업은 삼성전자의 M&A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독일 인피니언 역시 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후보군이다. 이 회사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자료 기준) 13.2%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최강자로 평가받는 NXP와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은 차량용 외에도 전기자동차, 태양광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전력반도체 분야 글로벌 점유율이 1위다.
삼성전자 차세대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 이미지[삼성전자 제공] |
국가적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대는 개선 과제 중 하나다. 2019년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점유율은 미국 31.4%, 일본 22.4%, 독일 17.4%였다. 한국 차량용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2.3%에 불과한 상태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유력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치솟는 기업 몸값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리스크가 변수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메모리 분야인 차량용 반도체를 국내기업들이 내재화하기보다는 인수하는 방향이 맞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차량용 반도체 회사의 몸값이 매우 뛰고, 국가들의 인수 승인 위험도 커 넘어야 할 산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시장의 불안도 장애 요소로 부각되고 있단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인수를 최우선으로 둘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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