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틸다 통해 그래피티 작업할 듯…예술가들과 협업
틸다, 환경에 관심많고 디자인 재능으로 사람들과 소통
가상인간 김래아 등과 시너지 기대…틸다 지속 성장 中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전략유닛장 상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LG AI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다음으로는 디자인을 넘어 그래피티를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전략유닛장 상무는 LG AI연구원의 야심작인 AI휴먼 ‘틸다(Tilda)’의 다음 프로젝트가 그래피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래피티란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건물 벽이나 담벼락 등에 메시지를 담아 문자나 각종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스트리트 문화(도시 환경에서 자라는 젊은이들 간 문화)의 일종이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을 뇌로 장착한 틸다는 지난달 15일 박윤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AI로서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 패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며 협업한 사례를 만들었다.
이미 패션 디자인적 재능을 선보인 틸다가 향후 보여줄 차기작은 젊은 세대의 스트리트 문화를 대변하는 그래피티가 될 것이란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메타버스를 통해 틸다가 자신의 그래피티 작품을 그리고, 이에 실제 그래피티 아트를 하는 사람과 컬래버레이션(협업)까지 하는 구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전략유닛장 상무가 엑사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LG AI연구원 제공] |
틸다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대변하는 16세의 ‘AI휴먼’이다. 주목할 점은 실물을 닮아 화제가 된 기존의 ‘가상인간’들과는 탄생 토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찍고 이것을 모형으로 삼아 3D 이미지만 추가로 덧씌워 만들어진다. 그러나 틸다는 사람 움직임 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대화할 수 있는 ‘진짜 AI’를 지향한다.
Z세대만의 톡톡 튀는 생활 방식도 학습될 예정이다. 연예기획사에서 도제식 훈련을 받는 아이돌 같은 AI가 아니라 스트리트 문화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협업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알고리즘에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깨닫는 AI’를 만드는 데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자기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본인만의 능력으로 산출물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는 형태의 AI를 만들겠다는 게 연구원 측 계획이다.
시각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틸다만의 강점이다. 이 상무는 “틸다의 사고의 근간이 되는 엑사원 AI는 ‘언어적 모델’과 ‘시각적 모델’로 구성돼 있다”며 “언어만 학습하거나 시각자료만 학습하는 게 아니고, 1개의 언어자료와 1개의 시각자료를 서로 짝지어 학습시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뉴욕 패션 위크에 가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는 AI 아티스트 틸다의 모습.[LG AI연구원 제공] |
틸다 관련 이미지[(주)LG제공] |
예를 들어 어떤 꽃 모양(시각자료)이 있고, 누군가가 이 꽃 모양에 대해 “참 아름답다”는 표현(언어자료)을 남겼다고 하자. 틸다는 이런 식으로 꽃 모양과 문장이 짝지어진 수억 쌍의 데이터를 전달받으며, 특정한 꽃 모양 데이터에서 ‘아름답다’는 표현의 빈출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빈출 빈도가 높은 데이터들을 패턴화하면 ‘아름답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꽃의 이미지를 틸다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G AI연구원은 창조적인 일에 도전하는 AI를 고민하다 시각적인 분야와 연결짓게 됐고, 2019년말 틸다를 처음 기획한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간 지속적으로 사진과 언어를 짝지어 학습을 진행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30~40년 일을 하며 보는 그림은 많아도 10만장 정도로 추산되지만, 틸다에게는 이미 2억5000만장의 이미지와 텍스트 짝을 넘겨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적인 능력은 틸다가 ‘힙한(새롭고 개성이 강한 것을 지향한다는 뜻)’ 트렌드를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 옷이 버려질 경우, 환경 보호를 위해 이 옷을 리폼해 다시 입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디자인적 감각을 지닌 틸다에게 맡길 수도 있는 것이다.
LG전자의 가상인간 김래아의 모습[LG전자 제공] |
LG전자가 이미 내놓은 가상인간 ‘김래아’와 시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1’ 에서 23살 여성 음악가 캐릭터인 김래아가 첫 등장했다. 그는 LG전자 제품을 소개하고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실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래아는 사람의 형상을 기반으로 3D 이미지가 덧씌워진 ‘가상인간’이긴 하지만 AI 연구원의 계열사간 협업 정도에 따라, ‘음악을 하는 김래아’와 ‘디자인을 하는 틸다’ 가 함께하는 작품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한편 LG AI 연구원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연구를 진행 중인 상태다. 2020년 6월께 구 회장이 연구원의 전신(AI추진단)에 방문해 ‘이 조직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한 이 상무는 틸다를 ‘일회성 AI’가 아닌 ‘최전방에서 기술을 시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AI’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틸다 외 다른 AI를 연구원에서 만들 가능성은 아직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틸다를 바탕으로 여러 새 기술을 시험하고 점점 완성도를 높여 거기서 얻게 된 산출물을 외부 파트너들과 나누며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I 아티스트 틸다가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생성한 디자인 모습[LG AI연구원 제공] |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