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여야 대선후보 등 누가 당선되는지에 무관하게 기업들의 물적분할 시도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후보들이 그동안 이른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기업공개)에 대한 기존 주주 보호 강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핵심사업의 경우 IPO(기업공개) 등을 통한 자금 유치 흥행이 성공의 관건이란 점에서 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적(物的)분할이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 때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형식의 분사 형태를 가리킨다. 이와 달리 인적(人的)분할은 일부사업을 별도법인으로 신설할 경우 신설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물적분할의 경우 모회사가 분리된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기존 주주들은 종전과 다름 없는 지분가치를 영위하게 된다. 그러나 신설 회사 상장시 단기적으로 모회사가 분리된 사업 역량을 소실한 것으로 인식돼 주가가 급락해왔다. 비근한 예로 LG화학의 주가가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분사 후 상장을 앞두고 큰 폭의 하락이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기업의 물적분할시 신설회사의 신주공모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현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우선 배정하도록 한 공약을 밝혀왔다. 모회사 주주에게 기관투자자 등에 부여되는 우선 청약권을 제공함으로써 신주 매수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후보의 우선 청약권은 행사를 포기하면 소멸되지만, 인수권의 경우 매수를 진행하지 않아도 권리 매각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신규 사업에 대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IPO로 대단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에 대한 신주 부여가 이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동시에 기존 주주의 권리는 보장될 수 있지만, 신규 진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매수 기회를 제한하는 형평성 문제도 발생될 수 있단 지적이다.
이와 함께 모회사 지분율에 비례해 신주를 배정할 경우 대주주도 그에 상응한 주식을 자동 배분받게 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신주 부여 대상을 소액 주주로 제한할 경우 지분율 상한을 어디까지로 정할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발생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는 인적분할시 총수 일가의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차단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로 신설되는 법인의 신주를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게 되는데, 이 때 의결권이 없던 지분이 의결권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꼼수로 쓰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이 후보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강화 차원에서 대주주가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 제척 개념을 적용, MoM(Majority of Minority·소액주주들의 다수결) 제도 도입도 예고했다.
윤 후보는 기업매각시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피입수 기업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후보는 경영권 프리미엄 방지 목적으로 적극적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 활용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편, 이 후보는 근본적으로 상법(382조)을 개정, 기업의 이사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 권한 보호까지 법적 책임 범위로 포함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심을 겨냥한 여야 후보들의 이같은 공약이 물적분할 본연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이 물적분할을 하는 이유는 부실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신성장 산업을 별도 분리해 모회사가 100% 지분이란 높은 지배력으로 대규모 자금을 모아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기 위한 것”이라며 “모회사 주주에 자회사 신주를 동일하게 제공한다면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는 인적분할과 차이가 사라지게 되고 물적분할 본연의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물적분할 요건 강화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오는 5월까지 제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소유구조 변경시의 주주호보 정책 등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 계획을 지난 6일 밝혔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 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미준수 시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작년까지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만 공시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보고서 제출 기업 수는 265곳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특히 최근 상장회사의 물적분할 등 소유구조 변경 시 주주 권리에 대한 보호 요구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그동안 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모회사의 핵심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물적분할·합병 등으로 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할 경우 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책을 마련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적시해야 한다. 만약 주주 보호 정책이 없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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