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조490억원 대비 수익률 56.8%
총 자산 비중 6.58% 수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정문. [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SK하이닉스가 최대 경쟁자인 일본 키옥시아 지분투자로 최근 4년새 2조3000억원 수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키옥시아가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하면 평가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SK하이닉스가 최근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키옥시아 지분 투자 평가액은 6조3476억원을 기록했다. 베인캐피탈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키옥시아 지분에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출자금액이 3조8282억원, SPC가 발행한 전환사채(CB) 평가액이 2조5194억원이었다.
2017년 최초 투자금액인 4조490억원(출자 2조7659억원, CB 1조2831억원)과 비교하면 2조2986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이다. 수익률로 따지면 4년 간 56.8% 수준이다. 지난해 키옥시아 투자금액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8%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연결감사보고서] |
지난 1월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CES2022 기자간담회에서 “결산을 해봐야겠지만 약 2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가치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노종원 사장은 “재무적 투자자 관점에선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SPC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므로 키옥시아에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눈에 띄는 점은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경쟁 관계라는 점이다.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가 투자한 회사이면서도 낸드시장에서는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상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낸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4.1%, 지난해말 인수한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은 5.4%였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19.5%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키옥시아의 낸드시장 점유율은 19.2%로 3위를 차지했다. 키옥시아는 지난달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합작 운영하는 공장의 원재료 오염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진 만큼 1분기 점유율도 SK하이닉스에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 자료] |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 가치는 장기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투자 자금의 회수 시점이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인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키옥시아는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경우 IPO도 고려하고 있어 SK하이닉스는 향후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향과 차익실현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립할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협력 여지를 남겨둘 수도 있다. 노종원 사장은 “전체적인 낸드 환경을 봤을 때 키옥시아와 하이닉스는 주요 기업이기 때문에 전략면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돈을 버는 것보다는 현재 키옥시아와 하이닉스가 우군으로서 경쟁하고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며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도 없다”고 언급해 장기 투자를 시사한 바 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