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시티 투 시] |
이 같은 변화가 집약된 게 ‘세계 리필의 날(World Refill Day, 6월 16일)’이다. 영국 환경단체 ‘시티 투 시(City to Sea)’가 2015년 물 리필이 가능한 장소를 공유, 불필요한 일회용 물병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후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도록 리필문화를 확산하다는 게 행사의 골자다. 올해엔 전 세계 80여개국 시민이 참여했다.
국제캠페인 ‘세계 리필의 날(World Refill Day)’을 고안한 영국 환경단체 ‘시티 투 시(City to Sea)’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나탈리 피 [시티 투 시 제공] |
이 행사 설립자이자 ‘시티 투 시’ 최고경영자(CEO)인 나탈리 피(Natalie Fee)는 헤럴드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전 세계에서 1억6800만명에 이르는 시민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올해엔 더 많은 세계 시민이 리필문화 확산에 동참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최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 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3억t. 그 중 절반가량이 일회용컵 등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다. 불필요한 포장재도 심각하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포장재 중 재활용되는 건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123rf] |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한 해(2020년 기준) 동안 국내 기업이 생산한 총 포장재 사용량은 82만6550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제 도입을 두고 난항을 겪는 일회용컵만 해도 국내 연간 사용량이 25억개에 달한다. 최근엔 배달·포장 소비가 늘면서 일회용품 쓰레기 역시 급증하고 있다.
나탈리는 “인간 건강, 기후변화, 동물 서식지 감소 등 플라스틱 오염의 폐해를 전 세계인이 깨닫고 있다”며 “혁명적인 수준으로 리필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고 이 거대한 세계 운동이 한국에서도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시티 투 시] |
국내에서 ‘덜 쓰려는’ 리필 운동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다. 하지만 추세적으론 관심과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선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재사용하는 리필스테이션을 만들었고, 시리얼이나 세제 등을 종이봉투나 기존 용기에 리필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겼다. 일부 지역에선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 샴푸나 세제 등을 리필해주는 ‘리필트럭’도 등장했다. 주요 커피전문점에선 텀블러를 지참하면 판매가를 할인해주기도 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제품 개별적으로 규제 정책을 펼치게 되면 규제를 피해 생기는 일회용품을 차단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제품을 하나하나 규제하는 게 아닌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품 전반에 대한 규제 정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도 일회용품 근절에 대한 철학을 갖고 나서야 하며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일회용품 근절에 나설 때 비로소 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lcw@heraldcorp.com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