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도 독자적인 위성발사체를 소유한 국가들이 드는 우주클럽에 가까이 서게 됐다. 물론 세계 상업위성 발사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를 더 높일 필요는 있다.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는 발사 성공률로도 측정되는데 발사체 운용기간의 실패 사례가 적을수록 높아진다.
국제 위성 발사 수주시장에서는 95% 수준의 신뢰도는 있어야 보험회사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 경쟁에서 유리해진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진 러시아 소유즈 로켓은 1963년부터 2000년까지 1088회 발사를 성공시키는 가운데 8회의 실패 기록만 남겨 99.3% 신뢰도를 갖고 있다. 이렇듯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의 우주개발에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 우주개발국으로서 선진국과의 협력이 중요할 수 있는데 다행히 우리는 한미 동맹이라는 자산이 있다. 마침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는 우주 협력의 전 분야에 걸친 한미 동맹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우주개발에서 한미 동맹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데 우주에서의 한미 역할 분담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방우주력을 지닌 미국과 우리의 우주 역할분담이라는 것은 언뜻 쉽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강력한 국방우주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미국 국방이 우주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 국방의 높은 우주 의존도 때문에 미국 우주력이 기습을 당할 경우의 충격을 2001년 미국 럼즈펠드위원회에서는 ‘스페이스 진주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 중국이 위성 요격실험 성공을 세계적으로 과시한 이래로 우주는 언제라도 공격받을 수 있는 곳이 됐다는 점에서 스페이스 진주만도 현실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우주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논의가 있어왔는데 이러한 우주 억제에서는 핵 억제 이론으로부터 차용된 보복과 거부 논리 외에도 우주에서의 회복탄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주에서의 회복탄력성은 우주에 대한 공격을 감시하고 공격 증거를 확보하는 우주 감시능력과 저비용의 우주 전력을 대량으로 사전 배치하거나 많은 예비 우주 전력을 지상에 대기시킴으로써 우주 공격의 피해를 완화시키며 우주 전력을 대체할 능력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우주 억제능력이 소수의 고비용 첨단 우주 체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신속하게 대체 가능한 다수의 저비용 우주 체계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과 우리의 우주 억제 역할분담이 가능할 수 있다. 즉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저비용 우주 체계를 대량 생산하고 발사하면서 감시까지 할 기반 기술을 우리가 갖춘다면 우주 회복탄력성 분야에서 한미 동맹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우리 우주개발계획의 일부인 우주 감시 체계의 전력화와 초소형 위성 개발은 한미 동맹의 우주 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지금은 현재의 우리 능력을 기반으로 한미 동맹에 기여할 방안을 찾으면서 우리의 우주개발에 필요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해야 할 때로 보인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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