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달러국 경기 희생 ‘강제긴축’ 불가피
시장 반전 위해서는 美물가 진정 필요
유효수요 감소 고물가·고환율 대비해
긴 호흡으로 포트폴리오 재구성 필요
달러·국채·고배당+독과점기업 관심을
미국의 ‘긴축 폭격’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공황(panic) 상태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외환시장을 타고 전세계로 전달되는 모습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양상이 한번에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외환위기라 명명할 만하다. 개인도 기관도 자산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안절부절이다. 자산가격 추가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지, 아니면 일단 꾹 참고 버텨야 할 지 애매하다. 경솔한 움직임도 삼가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를 간과하는 어리석음 역시 경계해야 한다. 현 상황의 원인을 잘 이해하고 달라질 환경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때다.
▶출발은 물가=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미·중 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원인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긴축통화 달러를 가진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경기 차이가 크다. 미국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엄청날 달러를 찍어내 자산시장에 풀었다. 자산가격이 올랐고 미국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 자산가격 상승은 소비여력을 크게 높인다. 미국 경제는 소비 비중이 크다. 소비가 활발해지면 고용이 늘면서 경기가 달아오르게 된다. 미국의 긴축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성격이 짙다. 긴축으로 달러 가치를 높이면 에너지 등 수입물가도 낮출 수 있다.
▶금리는 환율을 타고=미국 외 나라들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자산가격이 오른 것은 같지만 미국 보다는 그정도가 덜하다. 모바일과 전기차 혁신 등을 미국 기업이 주도하면서 전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긴축에 돌입하자 비 달러 국가에서 해외자금이 이탈할 환경이 만들어졌다. 강달러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입물가 부담이 커졌다. 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달러화 이탈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미국만큼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결국 연준의 긴축 행보를 따라야 한다. 긴축에 따른 경기 훼손의 강도가 미국 보다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강제 긴축이다.
▶미국 vs 세계…펀더멘털 대결=지금 시장을 읽는 핵심은 미국의 금리정책이 환율을 통해 전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다. 환율급등을 막기 위한 각국의 대응이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 재정의 펀더멘털을 시험할 것이다. 증시는 그 결과가 나타나는 장(場)이다.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사태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의 인위적 부양책으로 단기간에 반전이 나타날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긴축을 멈출 때까지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기업의 경쟁력이 정부 재정의 건전성이 튼튼해야 버틸 수 있는 글로벌 외환위기다. 부채를 줄이고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 정부 재정은 민간 구조조정을 위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끝나지 않는 위기는 없다=금리가 치솟고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진정된다. 현제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기준금리는 4.5% 안팎이다. 2년 국채 금리가 4.3%까지 올랐으니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미국의 근원물가다. 8월 6.3%가 올랐는데, 2년 국채금리 수준 정도로 떨어져야 인플레이션 진정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연준의 금리 폭격이 중단되면 외환전쟁은 소강국면을 보일 수 있고 각국도 펀더멘털을 재정비할 틈을 갖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미·중 갈등 진행상황, 미국의 중간선거 올 겨울 유럽의 난방 대란도 살펴야 할 변수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저금리 시대에는 돈이 넘쳤다. 당장의 수익(yield) 보다는 미래가치가 중요했다. 금리가 오르면 눈 앞의 수익이 상당해진다. 고물가 고비용 상황에서 미래가치는 불투명해지기 마련이다. 당장 돈이 되는 자산이 중요하다. 달러·국채·고배당 주식이다. 이번 외환위기로 당분간 글로벌 유효 수효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식은 미래 가치가 비교적 뚜렷해야 한다. 필수 불가결한 제품을 독점적으로 만들거나 전기차(2차전지)나 자율주행 같은 결국 갈 수 밖에 없는 기술을 선점하는 종목들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글로벌 외환위기는 에너지와 자원의 소중함도 일깨웠다.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도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충분한 비전을 가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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