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70알. 국제달걀위원회(IEC)가 추산한 우리나라의 1인당 달걀 소비량이다. 이틀에 한 개 이상 먹는 셈이다. 1인당 달걀을 많이 먹는 나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다.
달걀은 비교적 저렴한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지만, 채식주의자에겐 난감한 선택지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콜레스테롤 섭취가 부담인 이들도 마찬가지.
게다가 최근엔 동물권에 관심이 커지면서 평생 좁디 좁은 닭장에서 알만 낳는 암닭에 달걀 구매를 망설이는 이도 늘고 있다. 달걀을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나, 조류독감(AI) 등 전염병 창궐도 달걀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나온 게 ‘가짜’ 달걀, 바로 ‘식물성’ 달걀이다. 해외 리서치업체 KSI에 따르면, 식물성 달걀 시장은 2020년 1억4793만달러에서 2027년 7억9135만달러(약 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칭 ‘달걀에 미친’ 식품영양학과 대학생들과 요식업자가 모여 만든 푸드테크 스타트업, 메타텍스쳐도 식물성 달걀을 개발했다.
식물성 달걀은 기존 달걀과 일단 외관 상으로 구별하기 힘들다. 위 사진에서 왼쪽 달걀은 기존 삶은 달걀이고, 오른쪽 사진이 식물성 달걀 사진이다.
나아가 맛이나 식감까지 유사하다. 문주인 메타텍스쳐 대표를 만나 식물성 달걀의 개발 현황과 전망 등을 들었다.
문 대표는 식물성 달걀 시장에서 중요한 건 ‘맛’과 ‘식감’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식물성 달걀이 개발·판매 중인데, 대부분은 비건(Vegan·고기, 우유, 달걀 등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을 겨냥한 제품이다. 그래서 맛보다는 비건용이란 원료 자체에 집중한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면, 바로 달걀 조리법. 스크램블 에그가 주된 서구 방식과 달리 한국 등 아시아권에선 달걀을 주로 부치거나 삶아 먹는다. 문 대표는 “조리법에 따라 달걀 식감이 완전 달라진다. 탱탱한 흰자와 퍽퍽한 노른자를 어떤 식재료로 구현할 수 있을지 집중 연구했다”고 전했다.
해외 식물성 달걀이 주로 밀가루 전분 등을 쓴다면, 메타텍스쳐의 식물성 달걀, ‘스위트에그’는 콩을 썼다. 색깔을 감안, 흰자는 대두, 노른자는 녹두를 중심으로 쌀가루, 단호박 등을 첨가했다.
여기에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달걀과 비슷한 식감을 구현했다. 실제 삶은 달걀과 맛이나 식감 등에서 90% 이상 유사하다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메타텍스쳐 홈페이지] |
문 대표가 식물성 달걀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18년 채식을 주제로 한 대학 식품전시회였다. 콩고기를 출품해 호평을 받자 문 대표는 “대체식품이 식품산업의 미래 방향성”이라고 결심했다.
이후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식당을 운영하던 지인이 의기투합하면서 메타텍스쳐가 시작됐다. 군 복무를 마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추진, 지난 한 해에만 창업경진대회 등에서 16차례 수상했다.
이들은 그야말로 달걀에 ‘인생을 걸었다’.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던 것 중 하나가 “달걀에 꼭 노른자가 들어 있어야 하는가”였을 정도다. 떡볶이 국물이 달걀에 잘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 달걀 안에 떡볶이 국물이 들어있는 제품까지 검토했다.
문 대표는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다거나, 부칠 때에 치즈를 넣는 등 달걀은 다른 음식들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노른자 대신 다른 양념을 넣은 상품도 향후에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물성 달걀은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영양학적으로도 강점이 많다. 단백질 함량은 기존 달걀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지방이나 열량은 낮추는 식이다.
식물성 재료만 들어가니 소화가 쉬워 노인이나 환자들이 먹기에도 더 좋다.
우선 메타텍스쳐는 샌드위치나 샐러드 재료로 쓰이는 ‘에그마요’ 형태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위탁생산(OEM)하고 있다. 달걀 껍데기를 일일이 까고 흰자, 노른자를 선별할 필요가 없으니 단가도 저렴해졌다. ‘채식이 더 비싸다’는 인식을 깨는 것도 문 대표의 목표 중 하나다.
기존 달걀보다 유통기한도 길다. 보통 달걀 유통기한은 한달 가량이나, 이 식물성 달걀은 흰자가 2개월, 노른자가 4개월이다. 문 대표는 “달걀의 영역을 저희가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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