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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설을 쇠고 헬스장 회원권을 끊은 직장인 A(30)씨. 외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마시는 커피 양도 늘었다. 출근길에 한잔, 점심 먹고 복귀하며 한잔, 퇴근하고 운동 가며 한잔.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다 보니 플라스틱 컵이 하루 3개씩은 버리게 된다. 텀블러를 하나 마련할까 하다가도 매번 설거지해 들고 다닐 걸 생각하면 머뭇거리게 된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버리면서 죄책감을 느끼지만 실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포착해 다회용기에 음식물을 담아 갖다주고 걷어와 설거지까지 대신 해주는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일회용 아이스컵이 쓰레기통 가득 담겨있다. [인터넷 캡처] |
‘텀블러 커피 오피스 정기 구독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텀블러리. 하루 한번 음료를 배송하며 전날 사용한 텀블러를 수거한다. 구독자는 출근 길에 사무실 앞에 도착한 커피를 마시고, 퇴근하며 사무실 밖에 내다두는 것뿐이다.
사업 모델 자체는 간단하다. 음료 제조부터 배송, 수거, 세척까지 직원 8명이 자체적으로 소화한다. 서울 전 지역에서는 15잔 이상 정기 구독 시, 강남·광진·서초·성동구에서는 1잔 이상만 주문해도 된다. 일회성 케이터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두가지로 단촐하지만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강남·서초구 일대에서만 200명 이상의 정기 구독자를 확보했다. 일회용품 쓰레기뿐 아니라 음료를 사러 가는 시간까지 줄일 수 있어 구독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텀블러리 제공] |
용기 순환 관리 스타트업 ‘담음’은 이유식 매장이나 반찬 가게를 대상으로 내열 유리 용기를 대여해준다. 세척 및 소독한 다회용기에 소매점에 배송하고, 소매점에서 수거한다. 소비자에게 그릇을 걷어오는 건 소매점의 몫이다. 대표를 포함한 직원 4명이 세척 및 소독 공장을 운영하고 영업과 배송까지 도맡는다.
이같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직원은 한자릿수에 사업 규모도 영세하다. 수익을 내려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환익 담음 이사는 “세척 및 소독 공장 운영은 직원 2명이 담당하고, 영업과 배송은 대표와 이사가 한다”며 “아직 거래처도 한자릿수지만 40~50개까지 늘리면 흑자 전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기 순환 스타트업 담음의 세척공장 [담음 제공] |
이같은 구독 또는 대여 방식에 편리함을 느끼거나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분명히 있지만, 다수는 아니다. 갖다주고 걷어가고 심지어 설거지까지 해준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사서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이 더 편하고 익숙한 탓이다.
그럼에도 다회용기 순환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이들은 이전의 사업에서 일회용 쓰레기를 양산했다는 점을 각성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다미 텀블러리 대표는 개인 카페를 운영하며 하루 일회용 컵을 50개 이상 버리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환영 담음 이사도 약 9년간 이유식 매장을 운영하며 이유식을 포장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직시했다. 그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며 “시작 단계지만 일단 납품을 시작하면 거래처나 최종소비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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