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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하다 왜 길에 쓰레기 버려요?” 할말 잃은 이 풍경 [지구, 뭐래?]
지난 주말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나간 도로 모습. 도로 중간에 빈 쓰레기통이 있지만, 바닥에 일회용 종이컵이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왜 달리면서 길에다가 쓰레기를 버려요? 쓰레기통도 있는데.”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망원동 도로 옆. 마라톤을 구경하던 한 아이가 기자에게 물었다. 말문이 막혔다.

‘기록이 중요하니까?’, ‘마라톤이 힘드니까?’ 별 수 없이, “그러게, 어른들이 잘못했네”라고 답했다.

마라톤 인기가 뜨겁다. 코로나 이후 한동안 멈췄던 마라톤 대회가 연이어 재개하면서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참여 열기도 달아오른다.

마라톤 자체는 참 좋은 운동이다. 건강도 챙기고, 극한에 도전하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는 게 하나 있다. 마라톤을 위해 쏟아지는 일회용 쓰레기들. 함부로 버리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문제다. 대안은 없을까?

지난 주말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나가는 도로에 일회용 종이컵이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지난 주말 서울 도심 마라톤 대회의 급수대가 마련된 마포구 망원동. 마라톤 행렬이 지나가자 이내 도로는 버려진 일회용 종이컵들로 가득 찼다. 코스 중간에 쓰레기통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쓰레기통에 버리는 참가자는 많지 않았다.

도로에 버려진 일회용컵들을 행사요원이 줍기 바빴다. 역부족이었다. 일부 일회용컵 쓰레기들은 건너편 도로까지 넘어왔다.

이날 마라톤 코스에서 마련된 급수대는 총 4곳. 이날 마라톤엔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들이 1잔만 마셨다고 해도 이날 2~3시간 동안 최소 1만개의 일회용컵 쓰레기가 양산된 셈이다. 급수대마다 1잔씩 마셨다면 4만개다.

지난 주말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나가는 도로에 일회용 종이컵이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현재 일회용 종이컵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 불가능한 품목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불편하고 손님 불만도 크다”고 반발한다. 당연히 업주 입장에선 불편하고 힘들다.

이런 수많은 자영업자의 힘듦까지 감수하며 하나라도 줄이려는 게 바로 일회용 종이컵이다. 그 와중에 이날 마라톤 대회에선 불과 2~3시간 만에 최소 1만개의 일회용 종이컵 쓰레기가 쏟아졌다.

이뿐 아니다. 음료를 담은 PET병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다. 참여자 1만여명에게 나눠준 각종 간식 포장, 기념품, 번호표 등도 모두 일회용 쓰레기다. 마라톤 대회에 한번 쓰고 버려진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 코스 옆으로 버려진 일회용컵들. [와이퍼스 제공]

일회용컵 만이라도 줄일 순 없을까? 플로깅 환경단체 와이퍼스는 이와 관련, 서울육상연맹 측에 다회용컵을 제공하고 수거하는 식의 협업을 제안한 바 있다.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는 “연맹 측으로부터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와이퍼스는 올해 하반기께 실제 마라톤 대회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협의 중이다. 실리콘 소재의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이를 수거함이나 길가 등에 버리면 자원봉사자가 이를 수거하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마라톤 참여자의 편의도 감안하면서 일회용컵을 안 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마라톤 행사의 환경 감수성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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