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좌), 하수구에 버려진 꽁초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헤럴드DB]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담배 1갑에 8000원은 너무 심했다. 담배 피우지 말란 얘기네.”
맞다. 그런 얘기다. 최소한 줄이란 얘기다. 일각에서 8년째 동결된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벌써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요지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
만약 담배가 오로지 흡연자 개인의 문제라면, 이 주장도 일견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배는 결코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게 담배꽁초 쓰레기다.
겨우 담배꽁초?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루 버려지는 담배꽁초 추정치는 약 1억 개비. 그 중 상당수는 그냥 길가에 버려지고, 관광지에 쌓이며, 하수구에 모인다.
담배꽁초에선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그리고 도심 플라스틱 쓰레기 중 바다로 갈 확률이 가장 높은 게 바로 담배꽁초다. 지금도 매일 1억 개비의 담배꽁초가 이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과연 담배는 내 건강만의 문제일까.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
지난 5월 31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제3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 정책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금연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1갑당 4500원으로, 2015년 인상된 이후 8년간 동결된 가격이다.
4500원은 비싼 가격일까. 호주는 3만원대에 이르고, 영국은 2만원대, 그 외에도 주요 유럽국가나 미국 등도 1만원대 수준이다.
한국보다 담뱃값이 저렴한 국가도 있다. 방글라데시, 케냐, 콜롬비아, 베트남 등이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흡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담뱃값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는 당연히 흡연자의 건강을 파괴하지만, 환경도 심각하게 파괴한다. 담배꽁초는 통상 종이류, 혹은 솜 등의 재질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담배꽁초 대부분을 차지하는 필터는 ‘셀룰로스아세테이트’. 플라스틱 재질이다. 섬유 외에 필름, 플라스틱 등에 쓰인다.
통계청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흡연율(2019년 기준)은 21.5%. 19세 이상 인구수(4392만9147명)를 기준으로 따지면 흡연자는 944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흡연자의 하루평균 흡연량(12.4개비)을 감안할 때, 하루 쏟아지는 담배꽁초 추정치는 1억1711만5105개비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
최근 제주도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활동가,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이 올린 사진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유명 관광지인 이 해변에 널린 담배꽁초 사진이다. 사실상 돌 반 꽁초 반. 그날 하루에 이곳에서 수거한 꽁초만 777개에 달했다.
다음날에도 생수병을 가득 채울 꽁초가 나왔고, 그 다음 날엔 1150개의 꽁초를 주었다.
길에다 버리는 꽁초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하수구에 버려지는 꽁초들. 빗물과 함께 강으로, 바다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용해되고 일부 섞이며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도심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중 바다로 갈 가능성이 가장 큰 게 담배꽁초”라고 지적한다.
수도권 10개구 하수처리를 담당하는 중랑물재생센터 관계자는 “담배꽁초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가라앉아 있다가 기계 오작동을 일으키곤 한다”고 토로했다.
[테라사이클 홈페이지 캡처] |
담뱃값을 인상해 재원을 확보하면, 금연정책 외에도 꽁초 회수 시스템 구축 등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 재활용기업 테라사이클은 담배꽁초를 수거해 재활용한다. 수거한 꽁초를 담배필터, 포장지, 포장 종이 등을 나눠 플라스틱으로 재가공하거나 퇴비 등으로 쓴다. 도심 곳곳에 담배꽁초만 온전히 모을 수 있는 전용 수거통도 배치돼 있다.
담뱃값 인상로 흡연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면, 기업 역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꽁초 수거 시스템 마련이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나 보증금제도 등을 적용해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