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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TSMC에 더 크게 밀린 다음날…“기업 혼자서 반도체 잘 할 수 없어, 국가 지원 절실” [비즈360]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글로벌 기업경쟁력강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를 주최한 김병욱(왼쪽 다섯번째) 민주당 의원과 박승희(왼쪽 여섯번째)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는 결국 반도체 아니겠습니까. 특정 기업, 특정 산업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래 첨단 산업 패권을 어떻게 잡을 것인 가에 주목해야 합니다.”(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가적 지원과 과감한 오너십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이 아닌 국가 간 경쟁이 된 반도체 산업 재도약을 위한 ‘원팀’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최로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의 오너 경영의 역할’ 주제의 정책세미나가 진행됐다.

세미나를 주관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오늘 세미나는 글로벌 경쟁 한가운데 놓여있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 과정과 성장 동력을 살펴보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했다”며 “특히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오너 경영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의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기업 경쟁력 제고의 관점에서 기업을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한 이슈를 선점하고 구체적 계획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글로벌 기업경쟁력강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 세미나가 개최됐다. 임세준 기자

토론 발제를 맡은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박사(상무이사)는 “지금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반도체 경쟁은 이제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절실한 국가적 지원으로 ▷신속한 반도체 단지 조성을 위한 전력·용수·폐수 등 인프라 지원 ▷산업 규제 개선 ▷국가 핵심산업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반도체는 기업이 알아서 잘 하는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국제 경쟁 지형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실상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 상대 중 자국 정부의 지원 없이 경쟁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신 상무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1위이지만 3위권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아직 선도국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며 “대규모·적기 투자를 통해 경쟁사에 앞서 선단공정을 개발하고 빠르게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메모리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 등에서도 선두자리에 오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시장에서 여전히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47.7%포인트로 집계됐다. 전분기(지난해 4분기) 42.7%포인트 보다 더 커졌다.

TSMC의 점유율은 60.1%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2.4%로 2018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 가동률이 모두 줄어 업계에서 매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며 “2분기 특정 구성 요소에 대한 산발적인 주문이 있지만 이러한 주문의 대부분은 수요 개선의 강력한 신호가 아니라, 단기 재고 보충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3나노(㎚·10억분의 1m) 신제품 도입으로 2분기에는 매출 감소율이 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반도체 산업 미래를 위해 강한 오너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너 경영과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의 좌장을 맡은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십이 없는 유럽의 전자산업은 대부분 망했지만 구글, 메타 등과 같은 미국의 IT 기업은 창업자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경영체제”라며 “대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성공한 기업 사례를 찾기 어렵고, 오너가 없는 공기업은 전문 경영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경영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이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반도체 산업이 탄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바람직한 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도 “올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 든 지 50년째 되는 해”라며 “후발주자인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가 된 것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허문명 동아일보 부국장은 일본 반도체 전문가들과 전직 삼성전자 CEO들이 삼성 반도체가 일본을 앞지르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강력한 오너십’을 꼽은 사례를 언급했다. 불황에도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투자를 과감하게 단행하는 의사결정 방식이 승패를 갈랐다는 의미다.

jakmee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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