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옷 쓰레기들이 위성 사진으로 보일 정도로 쌓여 있다 [SKYFI]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위성에서 본 칠레의 한 사막. 갈색의 흙먼지로 가득한 이곳에 가장자리부터 얼룩덜룩한 색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다름 아닌 옷 쓰레기다.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스키 부츠부터 스웨터까지 전세계에서 모인 옷 쓰레기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의 위성 사진영상 업체 스카이파이는 칠레 북부 도시 이키케 인근에 위치한 아카타마 사막의 작년 1월의 모습을 공개했다.
옷 쓰레기로 덮인 면적은 축구장 약 9개 넓이(6.5㏊)로, 남쪽에 위치한 자동차 경주장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스카이파이는 “옷 쓰레기 더미의 크기가 우주에서 볼 수 있을 정도”라며 “패션 산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옷 쓰레기가 쌓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위성 사진. 아래 자동차 경주장과 비교하면 축구장 9개 넓이(6.5ha) 정도로 보인다 [SKYFI] |
칠레의 사막은 전세계 옷들의 무덤이 됐다. 산처럼 쌓인 옷들 중 대부분은 자라, H&M, 유니클로 등의 상표를 달고 있다. 흔히 입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패션 의류들이다.
중국이나 방글라데시 등 공장에서 마구 찍어내는 패스트패션 옷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를 거쳐 결국 칠레의 사막에서 다시 모이는 셈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해마다 칠레 이키케 항구에는 6만t에 달하는 중고 의류와 재고 의류가 뒤섞여 들어온다. 이 중 되팔 수 있는 옷들은 다시 다른 국가로 향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3분의 2 정도는 불과 20㎞ 떨어진 사막으로 그대로 버려졌다.
의류 폐기물이 쌓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AFP] |
하나둘 쌓인 옷들로 이뤄진 쓰레기 산이 발견된 건 2021년께. 매년 최고 3만9000t 이상의 옷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옷들은 왜 하필 칠레로 모이는 걸까. 칠레 북부 일부 도시들에 관세가 없어서다. 공짜로 들여온 중고 의류를 다시 비용을 들여서 가지고 나가려는 국가가 없다.
지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된 무관세는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옷의 대부분 재활용이 어려운 나일론 및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플라스틱 합성 섬유로 만들어졌다. 또 화학 물질로 범벅이 돼 생분해되는 데 200년 이상 걸리는 걸로 알려져 있다. 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더라도 독소 물질들이 함께 배출된다.
케냐 나이로비에 버려진 옷 쓰레기들 [클린업케냐] |
칠레뿐 아니다.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4층 건물 높이 만큼 버려진 옷이 쌓인 또다른 장소는 케냐의 나이로비.
변화하는 시장 재단(Changing Markets Foundation) 등의 조사에 따르면 케냐로 들어온 중고 의류의 95%(2021년 기준)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 왔다.
이 옷 쓰레기 중 상당수는 중고 의류 ‘기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는 “자선 단체에 기부한 의류의 상당 부분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며 “패스트패션 산업의 중추는 플라스틱이고, 플라스틱 의류는 본질적으로 쓰레기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즉, 우리가 쉽게 사 입고 쉽게 버리는 옷들이 저렴한 이유는 버리는 값이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폐기에 따른 비용과 부담은 칠레나 케냐와 같은 일부 국가가 감당하고 있다.
조지 하딩 롤스 변화하는 시장 재단 관계자는 “옷 쓰레기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며 “엄격한 재활용 및 재사용 목표를 세우는 포함하는 동시에 고품질의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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