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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역대급 세수 ‘펑크’ 막을 제도 정교화해야

올해 국세 수입이 애초 정부 예상(400조5000억원)보다 59조원 이상 덜 걷힐 것이란 세수 재추계 결과가 나왔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로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현실화한 것이다. 세수 결손 오차율은 14.8%로, 2021년 17.8%, 2022년 13.3%에 이어 3년 연속 두 자릿수가 나왔다. 경기 탓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정부의 세수 추계 시스템이 고장난 건 아닌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둔화다.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해 세수가 25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수출이 크게 줄어든 반도체만 봐도 그렇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법인세를 한푼도 못 냈다. 4조원에 이르던 삼성전자의 납부액은 1200억원대다.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양도소득세도 12조원 넘게 감소했고, 부가세도 9조원 이상 주는 등 경기 위축과 자산시장 침체 영향도 컸다. 문제는 정부의 예상치가 계속해서 크게 빗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주요국들의 2020∼2022년 평균 세수 오차율이 미국 8.9%, 일본 9.0%, 독일 7.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다. ‘상저하고’를 고집하며 세수 추계의 기본인 경기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나랏빚을 늘리는 대신 20조원의 외국환평형기금 여유자금 등에서 끌어다 쓴다는 방침이지만 정상적이지 않다.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외평기금에서 2조8000억원을 가져다 쓴 적은 있지만 이번엔 규모가 훨씬 크다. 외평기금은 환율 등락에 대비해 쌓아둔 ‘외환 비자금’으로, 당장 환율 방어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 지출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당장 지방정부는 비상등이 켜졌다.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 11조원을 비롯해 23조원의 재원이 자동으로 삼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쓸 돈을 안 쓰고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져 침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민생과 경제활력 높이기에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된다. 적정 세수 확보와 세수 오차를 최소화한 짜임새 있는 재정 운용은 나라 살림의 기본이다. 세수 추계 방식 개선은 물론 무리하게 세제 혜택 정책을 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류세 인하 등 각종 시한부 비과세 감면 조치 연장은 물가안정을 고려한 것이지만 재정 부담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나랏빚이 늘면 유사시 국채 발행 등 재정 운용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만큼 부채관리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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