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탈원전 본능’에 또 한국만 거꾸로…“SMR예산 전액 삭감은 국가적 대손실” [비즈360]
민주당 산자위서 원전 예산 삭감 단독 의결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R&D)을 포함한 내년도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강행하면서 에너지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SMR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을 결정하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도 공약으로 내놨을 정도로 상호 공감대가 있던 사안인 만큼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관련 업계가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SMR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MR은 기존 원전의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원자로로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관련 예산 7개 항목 1831억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금융지원을 위한 예산 1000억원을 비롯해 i-SMR R&D, 원전 수출 보증, 원자력 생태계 지원, 무탄소에너지(CFE) 연합 지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등에 쓰일 예산이 단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i-SMR 예산의 경우 내년 본격적인 R&D 착수를 앞두고 있음에도 모조리 삭감됐다.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된 채로 의결됐다. 탈원전 성격이 강한 원전 해체 경쟁력 강화 R&D 예산도 증액됐다.

우리 기술로 개발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탈원전’과 ‘탈탈원전’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하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이번 예산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SMR R&D 지원이 쪼그라드는 것은 물론 원전 생태계 복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줄면 국내 SMR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선진국의 SMR 개발 경쟁이 한창인데 한국만 역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 민간을 포함한 전체적인 연구개발 속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한국이 SMR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긴 하지만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가 충분히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향후 경쟁력에도 타격을 받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정책을 정치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원자력을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 이 정도면 정치인이 산업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잡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큰 비전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SMR은 신재생에너지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며 “이번 예산 삭감 조치는 SMR 개발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소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제공]

실제 SMR은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무탄소에너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무탄소에너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외에도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과 수소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처럼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충당이 어려운 국가·기업의 현실적인 탄소중립 대안으로 손꼽힌다.

정부는 최근 무탄소에너지 활용 촉진을 위한 민관 합동 기구인 CF연합을 출범시키는 등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SMR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과도 연결돼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세계 주요국이 다시 원전 확대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원전강국인 우리나라가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5조9000억원에서 2027년 약 13조4000억원, 2040년 약 386조원(3000억 달러)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 세계 70여개 기업이 SMR 노형 개발에 돌입하는 등 시장 경쟁에 나섰고 미국·러시아·중국·영국 등 각국 정부는 대대적인 지원책으로 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SMR 연구를 시작한 단계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건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우리나라 에너지 근간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까지 무너뜨리는 잘못된 처사로 에너지·경제 관련 사안을 정쟁 혹은 이념적인 생각으로 막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hkim@heraldcorp.com
yeongda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