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채무자의 연체율은 더 쌓여가는데 부동산 경기 회복은 더뎌 사업성 개선이 하세월인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PF대출 연체율은 2.01%에서 2.17%로 상승했다. 연체율은 지난해말 1.19%에서 올 초 2%대로 올라선 이후 갈수록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6월말 현재 연체율은 17.28%까지 치솟았고,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년 새 3배로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축은행에 부실이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제2금융업 전반이 불안불안한 모양새다.
금융당국과 PF채권단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대목은 내년에 만기가 몰린 브릿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사업 초기대출)이다. 지난 9월 기준 대출 만기 연장으로 버틴 브릿지론 규모는 30조원이나 된다. 신용평가 업계는 이 중 많게는 절반가량이 손실 처리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현재 경매, 공매를 통해 처분되는 브릿지론 토지의 매매 가격이 대출금에 비해 30~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유럽 및 중동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에 따른 건축비 급등도 부동산 사업 시행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자리에 최고 49층짜리 고급 주거단지를 짓는 프로젝트인 ‘르피에르 청담’도 다락같이 오른 건축비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부동산 경기로 사업 진척에 애를 먹고 있다. 강남 노른자 땅도 이런 형편이니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수도권 지역의 PF사업은 연명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PF 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충격으로 부실 뇌관이 터질 위기에 몰렸다가 정부가 ‘50조+알파’의 긴급 자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대출만기 연장에 의존하는 연명 치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은 이자 부담만 늘리는 등 부실을 더 악성화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도 더뎌지는 마당에 부실 PF 사업장에 ‘인공호흡기’만 달아주는 꼴이다.
PF 부실은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가져온다. 2금융권의 부실은 1금융권으로, 다시 실물경제 전반으로 옮겨 붙어 경제 전반을 망가뜨린다. 가망 없는 곳까지 안고 가다간 건강한 싹도 살리지 못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선제적이고 질서있는 구조조정으로 시한폭탄의 뇌관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