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제조사 절반이 중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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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중국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태양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수요와 생산이 늘고 있지만, 국가별 생산 비중이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태양광 제조업 분야에서 1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숫자는 중국 기업들이 5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인도 기업들이 약 20%, 한국은 약 3%에 불과했다.
생산용량에 대한 국가별 비중 역시 중국 기업이 태양전지 부문에서 약 90%, 모듈 부문에서 약 80%의 생산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오는 2028년까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의 8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부문 컨설팅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오는 2050년에는 전 세계 태양광 전력 공급량의 50%를 중국산 태양광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태양광 시장 장악은 대규모 생산능력과 값싼 노동력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등에 힘입은 것이다. 즉, 중국의 대량 생산으로 태양광 발전 원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이 가격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IEA는 ‘리뉴어블(Renewables) 2023’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을 중심으로 태양광 생산능력이 2021년과 비교해 3배로 늘어난 반면, 태양광 발전 모듈의 가격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인도, 아세안지역 국가들이 공급망 우려에 대응해 자체적인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세계 태양광 설치용량은 1062기가와트(GW)로, 최초로 1000GW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매채 전년 비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태양광 모듈 시장규모도 2022년 295GW로, 전년도 183GW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IEA는 중국을 중심으로 태양광 모듈 생산량이 올해 1100기가와트(GW) 이상에서 2028년에는 1300GW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예측 기간 동안 연간 태양광 발전(PV) 설치량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태양광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 숫자의 비중은 50%에 이르며 특정 가치사슬의 점유율은 최대 90%에 달해 공급망 무기화에 대한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3년 1월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수출금지 및 규제 기술 목록에 태양광 실리콘 웨이퍼 제조 기술을 추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기술적 진입장벽을 구축한 기업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사업체가 가격 및 물량 조절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공급망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