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끝을 모르고 감소하고 있다. 2017년에는 40만명대, 2020년에는 30만명대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실 필자는 인구문제 전공자는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출산, 혼인 등과 관련된 각종 지표들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회복을 위한 단초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처음에는 출산 과정을 ‘가임기 여성’, ‘혼인’, ‘첫째 아이’, ‘둘째 이상 아이’의 4단계로 나누고 어느 단계에서 출산 감소의 원인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 가임기 여성 인구의 감소와 둘째 이상 아이의 출산 기피에 의해 출산 감소가 주도됐다. 그러나 2015년 경부터는 모든 단계에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임여성인구 대비 혼인 건수, 혼인 건수 대비 첫째 아이 수, 첫째 아이 수 대비 둘째 이상 아이 수 등이 모두 감소하는 것이었다.
문득 2010년대 중반부터 심화된 혼인 감소 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심각한 만혼 현상이 원인이라면 감소 추세가 결국은 어느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선 출생 연도별로 연령별 혼인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20대에 혼인율이 하락하고 30대 이후에는 상승하는 만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84년생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들부터는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이전 출생자들에 비해 혼인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만혼이 아니라 전면적인 혼인 기피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984년생이면 올해 만 40세이니 이제 혼인 기피는 우리 사회에 완전히 고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혼인 기피가 심각하다면 지금 젊은이 중에서 한 번이라도 결혼하거나 자녀를 가질 확률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졌다. 따라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평균 몇 명의 자녀를 낳는가’를 파악하는 합계출산율의 개념에 추가해서 재혼이나 다자녀 출산과 같이 한 사람이 복수의 경험을 할 확률을 통제한 결과 2021년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혼인할 확률은 여성 0.48,남성 0.46이었으며, 출산의 경우 0.46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젊은이가 혼인이나 출산을 경험할 확률이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저출산이 만연했다고 알려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21년 기준 0~4세 구간의 인구는 65세 이하 모든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작은 규모를 보였다. 전체인구는 일본의 41.5%, 중국의 3.6%이지만, 0~4세 인구는 일본의 38.5%, 중국의 2.2%에 불과했다. 대만, 홍콩, 싱가폴과 비교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으며 심지어 북한보다도 0~4세 인구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홍콩이 더 비싸고, 경쟁은 중국이 더 심하다. 그렇다고 북한의 육아 환경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는가.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난 어르신 중 인구 수가 가장 적다는 1951년생도 2023년 기준 40만명이 넘는다. 결국 2022년 출생아 수 25만명이라는 독보적인 저출산 현상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안타까운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이래서 다들 저출산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기정사실화된 초저출산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더 관심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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