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삼성·SK, 서로에게 ‘윈윈’
K반도체에 대형 호재 될까 관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AFP] |
[헤럴드경제=김민지·김현일 기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까요?”(샘 올트먼 오픈 AI CEO)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세계적 확산 주역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에 방문한다. 그의 동선은 국빈급 수준의 철저한 보안으로 가려질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하며 판을 흔들 카드를 꺼낸 직후의 방한 일정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을 움직이는 최대 핵심 키워드가 AI인 가운데, 올트먼 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영진을 만나는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오픈AI는 또 하나의 대형 고객사로 점쳐진다. 현재 엔비디아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오픈AI가 대항마로 부상할 경우 삼성과 SK 칩을 구매할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에 최근 올트먼 CEO가 새로운 AI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곳을 물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반도체에 대형 호재가 될지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트먼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있는 대만 보다 한국을 우선 찾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오는 2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 삼성전자는 25일 오후부터 주요 팹과 클린룸을 정비하며 올트먼 CEO를 맞을 채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을 만날 것이 유력하다. 평택캠퍼스 방문 후에 샘 올트먼은 SK하이닉스 본사를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만날 전망이다. 샘 올트먼의 방한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주요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과의 만남은 이번에는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까지 각 대표 일정에 샘 올트만 방한 관련 일정이 추가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은 최근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며 엔비디아에 이은 또 다른 ‘AI 반도체 큰손’이 될 것을 선언했다. 이번 방한도 AI 반도체 설계, 생산 등을 위한 삼성·SK와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시장의 90%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반도체는 개당 수천만원으로 고가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오픈AI의 참전은 전체 시장 크기를 키우는 동시에, 독점 구조를 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업체에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다.
올트먼 입장에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매력적인 파트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향 GPU에 탑재되는 HBM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5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HBM3E 대량 양산도 앞두고 있고, PIM과 CXL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D램 경쟁력이 뛰어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어 품질 및 성능이 검증됐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가 있는 대만 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다는 점도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샘 올트먼 [로이터] |
동시에 올트먼은 현재 새로운 AI 반도체 공장 건설지도 물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지 의원들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WP는“올트먼은 AI가 발전할수록 칩이 경제 및 기술 발전에 중요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많게는 수조 달러를 모으는 계획을 주도 중”이라고도 했다. 올트먼은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 등과 만나 투자 유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치열한 물밑 경쟁도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SK하이닉스 보다 좀 더 절실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첫 상용화부터 엔비디아향 제품에 집중해 오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오픈AI와 같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자사 최첨단 기술을 강조해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AI 반도체 제작에 대한 강점을 어필할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도 오픈AI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독점 공급으로 큰 이득을 봤지만, 의존도가 너무 높아 고객사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AI 반도체 시장이 경쟁 구도로 변화할 경우 HBM 가격 협상 측면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다퉈 HBM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전년 대비 2.5배 늘린다.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기존 D램 대비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가치 HBM 제품에 집중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중 고객사에 HBM3E 공급을 시작하고, 차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HBM 시장은 향후 5년 간 연평균 최소 40%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