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신청 안 한다” 해석 여지
“수도권 선거 위해 중용해야”
‘배신자 프레임’ 부담감 여전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쓴 글을 놓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을 뿐, 당의 결정에 따라서는 총선에 나올 가능성도 열어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의 이번 페이스북 발언은 개혁신당에 입당하기를 바라는 이준석 대표의 러브콜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 유 전 의원에 대해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남겠다는 뜻을 밝히며 개혁신당 합류를 사실상 거부했다. 유 전 의원은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私黨)이 아니다. 정치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이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한 유 전 의원은 총선 출마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여기서 ‘불출마’라는 단어 대신 ‘공천 신청’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유 전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우선 상황에 따라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의원이)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며 “탈당도 안 하고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이니 칼자루를 당에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총선에서 유 전 의원에게 어떤 역할 맡길 지에 따라 유 전 의원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중도 확장성을 보유한 유 전 의원을 험지 또는 격전지에 전략공천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세인 수도권 선거에서 유 전 의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방안에는 유 전 의원이 직접 수도권에 출마하는 상황도 포함된다.
아울러 직접 선수로 나서기보다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후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당의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리면서 유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보다는 대권 행보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차원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유 전 의원을)모셔와서 수도권 선거에 써야 한다”며 “수도권 통합을 위해 유 전 의원 같은 사람을 적당한 곳에 배치해야 하는데 본인도 판단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을 중용하는데 당내 우려감도 존재한다. 보수층에 각인돼 있는 ‘배신자 프레임’이 부담이다. 지지층 결집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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