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오전 8시께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의 편도 4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면서 정상 주행중인 승합차와 덤프트럭 등 차량 4대와 충돌했다. [남양주소방서]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 달 말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남양주 역주행 사망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역주행때문이 아니라 사고 직전 발생한 추돌사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사고로 역주행 운전자가 숨졌지만,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운전자의 아들은 "먼저 사고가 있었다"며 오해를 풀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달 31일 오전 8시쯤 남양주시 진건읍의 편도 4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면서 정상 주행중인 승합차와 덤프트럭 등 차량 4대와 잇달아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역주행 차량의 60대 운전자 A씨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 차량과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 등 6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지난 3일 당시 사고를 목격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역주행으로 빠르게 달려온 차가 덤프트럭을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회전하면서 다른 차량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덤프트럭 기사는 사망한 가해자 가족에게 꼭 손해배상 받아라”며 역주행 운전자를 탓했다.

지난 달 31일 오전 8시께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의 편도 4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면서 정상 주행중인 덤프트럭을 들이받고 있다. [한문철TV]

하지만 A씨의 아들은 이 같은 댓글에 반박글을 올렸다.

A씨 아들은 “엄마 차량이 동시 차선변경 중 다른 차량이 후미를 충돌해서 엄마가 정신을 잃고 역주행한 것”이라며 “엄마의 오해와 한을 풀어 달라. 목격자를 찾는다”고 호소했다.

잇따라 지난 7일 한 블로그에는 ‘남양주 역주행 사고, 원인을 알면 욕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남편 지인이 목격했는데, 어떤 차량이 가드레일을 박고 돌아서 잠깐 멈춰 서있더니 역주행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운전자는 기절한 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대로 차는 굉음을 내며 역주행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아들의 이야기는 사실로 밝혀졌다. 역주행 사고 발생 직전 A씨의 차량과 화물차의 1차 추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연쇄 충돌사고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2차로를 달리던 윙바디 트럭이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가 4차로에서 3차로로 이동하는 A씨 차량과 부딪혔다.

이로 인해 중심을 잃은 A씨의 차량은 회전하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높은 중앙분리대로 인해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지 않은 A씨 차량은 주행 방향이 반대로 바뀐 후 역주행했다.

경찰은 주행 방향이 바뀐 뒤에도 차가 계속 달린 이유에 대해 A씨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차량에서 튕겨 나간 이유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1차 사고를 낸 화물차 남성 운전자를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 제공자로 판단하고, 그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두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