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암컷 흰돌고래 벨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수족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벨루가, 우리 말로는 흰돌고래다. 하얀 몸에 커다란 둥근 머리를 한 귀여운 생김새로 관람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흰돌고래들도 사람처럼 ‘사회 생활’을 한다. 차갑고 어두운 북극 바다에서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길을 찾고 사냥하고 아기 고래를 키운다.
이 흰돌고래들의 고유한 습성이 와해될 위험에 처했다. 이번에도 문제는 뜨거워지는 바다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수록 흰돌고래 무리의 크기가 작아지고, 흰돌고래끼리도 가까이 뭉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왔다.
[캐나다 지오그래픽] |
국제학술지 해양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지난달 29일 실린 스페인 카디스 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흰돌고래 무리의 개체 수도 줄고 개체 간 거리는 멀어지는 현상이 흰돌고래 11개 종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일종인 딥러닝(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캐나다,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11개 개체군, 1980마리의 흰돌고래가 모이는 유형을 정량화했다.
연구진은 “해수면 온도와 흰돌고래 집합 빈도 사이에 음의 상관 관계를 발견했다”며 “이는 수온 상승이 흰돌고래 공간 행동 역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벨루가 고래 집단의 밀도 지도. 빨간색은 밀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해양과학 프론티어즈(Frontiers in Marine Sceince)] |
흰돌고래의 무리가 느슨해진다는 건 곧 흰돌고래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 날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먹이를 더 잘 찾으려면 무리 생활이 필수다. 특히 어린 흰돌고래들은 무리에 속한 다른 고래들을 관찰하고 따라하면서 사냥이나 항해와 같은 중요한 기술을 배운다.
이미 흰돌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1993~2006년 알래스카 만에서 항공 조사를 했더니 개체 수가 42.6% 감소했다.
흰돌고래들이 무리 지어 살기 적절한 수온은 영하 2도에서 5도 사이다. 그러나 흰돌고래들의 주 서식지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바다는 지구 상의 열에너지의 90%를 흡수한다. 기후변화가 바다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자연기금(WWF)} |
심지어 여름철 북극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북극 빙하는 여름 내내 줄어들어 9월에 면적이 가장 작고, 겨우내 늘어나 3월에 면적이 가장 넓어진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월별로 해빙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2020~2030년대에 해빙이 없는 9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2035부터 2067년까지 해마다 9월이면 북극에 해빙이 사라질 수 있다.
다만 해빙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북극 빙하가 100만㎢ 미만일 경우를 가리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극에는 아무리 적어도 500㎢ 이상의 빙하가 있었다. 최근 2~3년 새 북극 최소 빙하 면적은 약 330만㎢가량이다.
스페인 카디스 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연구진은 “흰돌고래의 상대적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향후 북극해 해수면 온도 예측을 고려하면 기후변화는 흰돌고래뿐 아니라 극지방에 의존하는 종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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