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노무현 비하’에 “표현의 자유”
김부겸-정세균 “모욕묵과 못해” 반발
지난 15일 오전 울산 남구 수암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가 ‘막말’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대응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태우 후보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취소한데 이어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부산 수영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짓 사과’ 논란으로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장을 회수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라며 공천취소에 선을 그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막말 논란’을 빚은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부산 수영 공천을 취소했다. 공관위는 “장예찬 후보의 공천 취소를 의결하고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결과, 장 후보는 국민 정서에 반하고 공직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상당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2014년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쓴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사무실 1층 동물병원 폭파하고 싶다. 난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음”(2012년), “(서울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이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2012년) 등 부적절한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전날 “아무리 어렸을 때라도 더 신중하고 성숙했으면 어땠을까 10번, 100번 후회하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한 번 더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중도층 민심 이반 등 선거 악영향에 대한 당내 우려가 커지자 공관위가 결국 장 전 청년최고위원 공천 취소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 공관위는 14일 심야에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를 안고 가려던 국민의힘이 14일 심야에 결국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막말 논란’ 양문석 후보에 대한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당내에서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공천을 취소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재명 대표가 “표현의 자유”라며 선을 그었다.
양 후보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유한 칼럼을 쓴 데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적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정치 현장에 본격 뛰어들었다”며 “정치적 판단에 대한 수많은 고려 요인을 배워왔고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받아 왔다”며 “그리고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강조하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공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부겸 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친노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에 ‘결단’을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도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죄송하다”라며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부른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라고 한다”면서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 드려나 하나. 지난 일이니 잊어야 하나. 저는 잊지 못하겠다. 그리고 속이 협량한 탓인지는 몰라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다”라고 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친명계인 양 후보를 감쌌다. 이 대표는 전날 양 후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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