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40% 감소 속 매출 확대 ‘숙제’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포기김치부터 연어회, 곱창전골 밀키트까지 미니 마트를 연상시킨다. 서울 강남구의 컬리 특화 CU타워팰리스점이 오는 29일 개점 100일을 맞는다. 전체 매장의 20% 공간이 컬리를 위해 존재한다. 보랏빛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총 100여 종의 컬리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매출도 성장세다. 컬리 상품별 평균 판매량은 입점 월 대비 124% 증가하며 점포 전체 전체 매출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매장은 컬리와 편의점 CU의 전략적 제휴를 보여준다. 컬리는 CU와 ‘보라색 동맹’을 강화하며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CU는 모바일앱 포켓CU에서 컬리 쿠폰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공유한다. 컬리는 내달부터 앱에서 주문한 주류를 CU 점포에서 픽업하는 ‘CU BAR’ 서비스를 시작하며 편의점 점포의 거점화를 추진한다.
올해 이런 컬리의 행보는 최근 공개된 실적과 연계돼 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액 2조773억원, 영업손실액 1436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연간 영업손실을 38.4% 줄였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가 유지됐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컬리의 과제는 물류 효율과 변동비성 비용(인건비·광고판촉비·포장비) 통제를 통해 하루빨리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CU 컬리 특화 타워팰리스점 내부의 컬리 상품 매대의 모습. 김희량 기자 |
다만 컬리의 지난해 뷰티컬리 거래액은 3000억원에 도달했지만, 전체 매출 자체가 전년 대비 2%(약4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컬리는 뷰티 부문을 중개 사업이 아닌 직매입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매출 성장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한 모양새다. 컬리는 이에 대해 뷰티컬리 비중이 전체 비중의 10% 내외라 아직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2022년 11월부터 뷰티컬리를 출시한 후 현재 주얼리, 시계, 신발 등 패션 상품까지 판매한다. 고마진 위주의 SKU(취급 품목 수)도 확대하는 차원에서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올해 2월부터는 포항, 경주 등으로 컬세권(샛별배송 지역)을 넓혔다. 동시에 뷰티업계 1위인 올리브영을 겨냥한 최저가 챌린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U의 모바일 앱 포켓CU 내 컬리 쿠폰 증정 행사페이지. [포켓CU 캡처] |
업계는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도 컬리가 오아시스마켓과 함께 고객 이탈이 덜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프리미엄 등 품질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컬리에 익숙한 소비자가 저가 공세에 소비 패턴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컬리가 게임을 접목해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이나 유료멤버십으로 기존 소비자를 대상으로 ‘락인’ 전략을 강화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해 8월 출시한 컬리멤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올해 유저 중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컬리 푸드페스타 등을 열고 온오프라인 연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의 패션 잡화 판매 페이지. [컬리 캡처] |
컬리는 올해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초개인화 및 자동화 서비스, 강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 패션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흡수합병한 플래너리의 콘텐츠 커뮤니티 ‘헤이조이스’를 통해 충성 고객층인 여성 소비자에 대한 집중도도 높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를 위해서는 배달업체, 중개 플랫폼, 원재료 공급망 등 3가지가 필수”라며 “컬리가 자회사를 늘리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 상장을 철회한 이후 대표의 낮아진 지분율(5.9%)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자 지분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경영권 우려가 있다”면서 “시장 유동성이 높았던 2021년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될 가능성은 현재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