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vs. 伊정부’ 대립양상 지속
피아트 산하 브랜드 알파로메오의 첫 전기차 밀라노의 전면 [알파로메오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다국적 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에 현지 공장 유치를 포함한 자국 투자를 요구 중이다. 이에 스탤란티스는 난색을 표하면서 양측 간 대립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투자 지원 없이는 (이탈리아에) 생산기지를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기업부 장관은 “우리는 스텔란티스가 우리나라에서 최소 10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만약 스텔란티스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들어올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르소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스텔란티스가 피아트 산하 브랜드인 알파 로메오의 첫 번째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인 ‘밀라노’를 폴란드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데서 나왔다. 차량 이름이 이탈리아의 도시를 땄는데도 현지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 반발한 것이다.
우르소 장관은 “밀라노라는 이름의 자동차는 폴란드에서 생산할 수 없다”면서 “이탈리아 법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표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탈리아의 승용차 생산량은 1989년 약 20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로는 50만대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스텔란티스가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 이탈리아의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여파다. 이탈리아 정부는 스텔란티스에 연간 100만대의 차량 생산을 국내에서 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산업 지원책이 없을 경우 생산량 증대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그 대안으로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3곳과 접촉하는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중국 자동차 공장이 이탈리아에 들어설 경우 이탈리아 정부가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포르투갈 출신인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가 이탈리아에 공장을 설립해 우리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 피아트, 알파 로메오 제조업체는 이탈리아에 더 적은 수의 공장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준비가 돼 있고 싸울 것이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상처 없이 싸움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대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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