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 여부” 쓴소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 복귀 시점을 두고 정치권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22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을 통해 원내에 입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꾸준히 각을 세워온 한 전 위원장이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보여줄 지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당분간 ‘휴지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오찬 제안을 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오찬은 하지 않았지만 직후 SNS에 글을 올리지 않았냐.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 대통령과 만남 이후 ‘한동훈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번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끝났는데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봤다. 또 다른 의원은 “윤 대통령 오찬에 응하는 것은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 순서가 아쉽다. 누굴 먼저 만나야 하는지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과)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은 것도 의아하고 전격적이지 않다”며 “나머지 비대위원들에게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한 위원장이 아무리 지금 백수 상태지만, 금요일에 전화해서 월요일 오찬을 정하기로 했다는 부분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여의도 복귀 시나리오 중 하나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의힘 새 비대위 출범이 늦어질수록 한 전 위원장 등판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 ‘관리형 비대위’를 꾸린 뒤 전당대회를 준비하려 했지만,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혁신형 비대위’ 요구로 교착상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룰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당원들 사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당을 이끌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지속되면 전당대회 때 한 전 위원장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권주자로 복귀할 경우 국민의힘 3040 소장파 모임 ‘첫목회’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첫목회는 ▷당원 100% 전당대회 룰 변경 ▷집단지도체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를 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첫목회 관계자는 “다음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실에 할 말을 다 하는 대표가 당선되어야 한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제대로 각을 세우면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예정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번 보궐선거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큰데 서울시장, 대구시장 등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지역구 의원 자리에 한 전 위원이 들어가는 방법이 언급된다. 2026년 보궐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마지막 평가 성격이 강할 뿐 아니라 2027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외인 한 전 위원장이 대선주자 타이틀을 지키려면 어떻게든 배지를 달아야 한다”며 “등판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한 전 위원장의 한계로 꼽히던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할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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