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불출마 내막 두고 이철규vs배현진 폭로전
전당대회 시기, 8월로 미뤄질 듯…“한동훈에 유리할 것”
‘당권·대권 분리 조항’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 기자] “‘한동훈 사퇴’ 후 한 달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국민의힘 초선 당선인)
4.10 총선에서 참패한지 한 달 만에 국민의힘의 ‘위기감’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난 지 19일 만에 어렵사리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됐지만 비대위원 인선은 일주일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전당대회 시기는 늦춰질 전망이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견제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들 간 폭로전도 이어지면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여권에 따르면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주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비대위는 오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상견례 형식의 만남이라 덕담을 주고 받는 (성격의 자리이고) 깊은 이야기는 다시 또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당 혁신 동력이 떨어졌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은 “한 달 동안 당이 공회전 하는 느낌이다. 바뀐 것이 없다”며 “원외 조직위원장들, 낙선인들이 지적하는 문제가 당 내부까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보수 가치의 복원을 내세운 황우여 비대위가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연달아 패배하면서 (당이) 무기력해진 것 같다”며 “지금 우리당에 필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리더도 좋지만 결단을 내리는 리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 세력인 친윤계도 분열하는 모양새다. 전날 이철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당내 일부 의원과 당선인들이 이 의원에게 비공식적으로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했음에도 방송 인터뷰 혹은 SNS를 통해 이 의원 출마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반대했던 배현진 의원은 이 의원과 통화 내역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배 의원은 SNS에 “단언컨대 이 의원에게 전화든 대면이든 원내대표를 권유한 사실이 단 한번도 없다”며 “저를 포함한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한 모두에게 난사의 복수전을 꿈꾼 것이냐”고 짚었다.
한편 황 위원장이 ‘6말 7초(6월 말 7월 초)’ 전당대회가 불가하다고 공언한 데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수도권 원외 조직위원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룰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율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차기 당대표를 뽑는 것보다는 전당대회가 한 달 미뤄지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를 빨리 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당대회가 늦어질수록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당권-대권 분리 조항’이 또다른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8월에 열릴 경우 선출된 당대표는 내년 9월 이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차기 대권주자가 당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당은 비대위를 또 구성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은 여전히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다. 대권주자가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면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며 “확실한 것은 비대위가 지지부진할수록 한 전 위원장에게 판이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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