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야기된 라인야후 사태가 한국 정부의 유감표명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5일 라인 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게 발단이다. 이에 한국 정부가 지난 10일 지분 매각 압박에 유감을 표명하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및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혀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두 달이나 지나서 늑장 대응에 나선 것은 아쉽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사안에 정부가 섣부르게 나서기 어려운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해당 정부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 야후가 사용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51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문제 삼아 줄곧 지분 매각을 종용해 왔다. 보안 문제라면 해당 기업에 책임을 묻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보안 문제를 들어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네이버가 보안 문제 해결을 약속했는데도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재차 지분 매각을 밀어붙이는 상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있어 한 주만 더 넘겨도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한국의 원천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갈 판이다.
양국 정부가 나서면서 라인 사태는 기업 당사자 차원을 넘어선 상황이 됐다. 네이버는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하고 있다고 하나 매각할 경우 외부 압박에 경영권을 넘기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 데이터 주권을 주장하면 어쩔 수 없이 쫒겨나는 제2·제3의 라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도 지분 매각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요청에 응할 경우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돼 정부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결국 외교적으로 풀 수 밖에 없다. 기술 주권 보호 차원에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분쟁과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조율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참에 해외 진출한 기업 보호에 더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각국은 기업과 정부가 긴밀한 공조 체제로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과 정책에 신속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 경쟁에서 기업 이익과 국익이 따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는 치열한 국가대항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사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