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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약의 성지’ 벼룩시장 전성시대, 유통공룡도 나섰다 [언박싱]
고물가 속 지자체·직장 벼룩시장 인기
“절약·지폐 만지는 경제교육이 효과적”
고공행진 의류 소비자물가지수 영향도
25일 인천 연수구 가족센터 주최로 열린 연수구 공동육아 나눔터 운영 나눔 장터(벼룩시장)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한 모습.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원피스 2개를 5000원에, 아이옷 상하복세트를 8000원에 샀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장문희 씨는 최근 2주 연속으로 플리마켓(벼룩시장)에 다녀올 정도로 중고 물품 쇼핑을 즐긴다. 장 씨는 “아이들이 워낙 빨리 자라고, 새 상품을 매번 사기엔 부담이 크다”면서 “고물가 속 가계 경제에도, 그리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속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직접 사고파는 벼룩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각 지역에서 행사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홈플러스, 이케아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중고장터 행사를 지원하며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벼룩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온라인에서는 플리마켓 일정과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30대 정모 씨는 지난 25일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3살 자녀와 다녀왔다. 정 씨는 “집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아이한테 사고파는 경험을 줄 겸 참여했다”면서 “인형, 장난감, 블록을 팔아 5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그 돈으로 아이 옷도 사고 저녁 식사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홈플러스 인하점 지하 주차장에서 열린 지역 맘카페 주최의 플리마켓 모습. [독자 제공]
한 플리마켓에서 독자가 구입한 의류 및 신발들. 독자는 4만1000원에 구입했다고 전했다. [독자 제공]

벼룩시장, 플리마켓, 나눔장터 등 다양하게 불리는 중고 물품 시장은 특히 아이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참여도가 높다. 성장이 빨라 오래 입지 못하는 의류나 신발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현금을 모으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지자체나 지역 맘카페 중심으로 오프라인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도 벼룩시장이 열린다. 올해 2차례 회사에서 진행한 아나바다 행사에 참여한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안 그래도 최근 쇼핑을 줄였는데 안 쓰던 물건들을 가져가 블라우스, 핸드크림 등 필요한 것들로 바꿔오니 일하면서 돈 버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의류 등 물가 부담은 여전하다. 중고 물품 시장이 최근 다시 떠오르는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의류 및 신발’의 물가지수는 113.5로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했다. 2023년 5월 111.55를 기록하며 110을 돌파한 물가지수는 12개월째 110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5월 소비지출 전망 지수는 전달 대비 2.3 하락한 98.4를 기록했다. 소비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케아의 6월 플리마켓 셀러 모집 안내글. [이케아 홈페이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플리마켓 정보들. [인스타그램 캡처]

유통업계도 집객 효과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홈플러스 인하점은 올해 2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인천지역의 맘카페 벼룩시장에 주차장 공간을 제공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는 아니고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점포별 재량으로 하는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벼룩시장의 선순환과 효과에 집중한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러 현장에 오면서 해당 유통업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면서 소비자와 환경을 고려하는 업체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이케아는 어린이가 판매자가 되는 ‘어린이 플리마켓’을 지난 2022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고양점), 4월(기흥점)에 이어 오는 6월(고양점)에도 행사를 진행한다. 이케아 관계자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해 자원 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플리마켓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고물가와 더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유보다 사용성에 집중한 가치소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속되는 고물가 현상이 (중고 물품 시장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며 “새 제품보다 ‘지금 나 또는 타인이 더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중고 물품에 대한 저항감도 줄었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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