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침냉각 윤활유 관련 기술 개발 돌입
제품 출시 대비해 상표권 등록도 신청
정유4사 신사업으로 액침냉각 점찍어
[123rf, HD현대오일뱅크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액침냉각 시장에 진출한다. 그간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검토해 온 HD현대오일뱅크가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수요 등과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 관리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윤활기유 기술력과 열 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등이 뿜어내는 열을 흡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그간 액침냉각 윤활유 사업의 타당성과 상업성, 시장 전망 등을 검토해 왔다.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플루이드(유체)에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아 누전이나 기계 고장의 우려가 없고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대비 효율이 높아 차세대 열 관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명은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XTeer E-cooling Fluid)’로 가닥을 잡았다. XTeer는 HD현대오일뱅크의 산업용 윤활유 브랜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초 특허청에 관련 상표를 출원하고 현재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상표권을 출원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XTeer E-cooling Fluid)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캡처] |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쉘과의 합작사를 통해 원유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원료로 연 70만t 규모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현대엑스티어 EVF(Electric Vehicle Fluid)’를 출시한 바 있다.
구체적인 개발 타임라인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액침냉각 시장 개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기술 개발과 제품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등 액침냉각 시장의 미래 성장성에 공감대를 가지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제품 출시에 대비해 관련 상표권 등록도 신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탈탄소 흐름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액침냉각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와 GS칼텍스는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에쓰오일(S-Oil)도 올해 초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정유 4사의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선점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2032년 약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엔무브가 지난해 9월 개최한 ‘지크(ZIC) 브랜드 데이’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한 열관리 윤활유가 적용된 온도제어시스템. [김은희 기자] |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어 미국 수조형 액침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GRC에 25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력효율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 ‘지크 e-플로(ZIC e-FLO)’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 영국 액체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손잡고 정밀액체냉각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Kixx Immersion Fluid 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미국보건재단(NSF) 식품등급 인증을 받은 합성 원료를 사용해 인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업과 협력해 관련 설비의 액침냉각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분야별 특화 액침냉각 제품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S-OIL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액침냉각 사업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S-OIL 관계자는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은 전방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다양한 시제품을 구비해 올해 내 서버의 안정적인 구동 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에 윤활R&D(연구개발)팀을 꾸리고 액침냉각 윤활유 시제품에 대한 실증 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