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가구는 줄었는데 맞벌이 가구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유배우 가구)는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에서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아 유배우 10가구 중 6가구에서 부부가 모두 수입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전체 맞벌이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60세 이상 가구였다. 취업한 60세 이상 1인 가구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하는 부부들을 위한 출산·양육 지원과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핵심임을 방증하는 지표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배우 가구는 1268만7000가구로, 전년보다 4000가구가 줄었다. 유배우 가구가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맞벌이는 오히려 26만8000가구가 늘어나 통계 작성 이후 최다인 611만5000가구였다.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도 48.2%로, 역대 최고다. 이 중 ‘주말부부’처럼 부부가 함께 살지 않는 맞벌이 가구는 81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9만1000가구가 늘어 증가폭이 역대 최대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이 58.9%로, 종전 최고였던 40대(57.9%)와 50대(58.0%)를 제쳤다.
60세 이상에선 맞벌이와 1인 취업 가구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나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맞벌이 가구는 전년 대비 12만10000가구가 늘어난 158만7000가구였다. 1인 취업 가구는 역대 최고인 106만6000가구를 기록하며 연령대별 최다인 30대(109만가구) 바로 뒤를 이었다. 전 연령대에서 1인 취업 가구가 늘었지만 월급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 비중도 11.1%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일자리의 양만큼 질은 제고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외벌이는 수입이 적어 생활이 어렵고, 맞벌이를 하게 되면 시간과 물리적 여유가 부족해 애를 낳고 키우기가 힘들다는 것은 상식이다. 비동거 맞벌이 부부라면 출산·양육에 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저출산대책의 핵심이 결혼·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면 ‘유배우 가구 감소·맞벌이 가구 증가’라는 추세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 저출생에 따른 고령화사회 대책의 시발점이 노년층의 일자리여야 한다는 것도 통계청의 지표가 말하는 바다. 정년을 연장하고 노인의 법적 연령을 상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위한 경제활동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고령층을 위해선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노인 빈곤과 연금개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