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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 “기술허들 돌파 위해 과감한 투자…6만여건 특허로 고객가치 선도”
뉴스레터 인터뷰 통해 ‘특허 전략’ 밝혀
전통적 석유화학 기업서 배터리·소재 회사로 진화
무형자산 특허 확보로 기하급수적인 수익창출 꿈꿔
후발 기업에 특허 개방해 배터리 생태계 발전에 기여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2000년대를 앞두고 신성장 산업인 배터리와 정보전자 소재 사업에 진출하고자 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기술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독자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야심찬 도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은 27일 LG에너지솔루션 뉴스레터인 ‘배터리플러스’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1990년대 초 LG화학에 리서치 엔지니어로 입사해 우연히 특허 업무를 맡게 된 뒤, 2020년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한 이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겨 특허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LG에너지솔루션 내에서 배터리 기술 특허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하며 ‘특허 명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 센터장은 1990년대 전통적인 석유화학 기업이었던 LG화학이 배터리와 소재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지켜본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이 센터장은 “독자적이고 과감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한 변환점이 됐다”며 “기술 도입과 유형자산 투자를 통한 선형적인 수익 창출에 머무르지 않고, 지적재산권(IP)과 같은 무형자산을 보유한 ‘오리지널 이노베이터(Origianl Innovator)’가 돼 기하급수적인 수익 창출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당시 LG화학은 배터리 관련 IP확보가 향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1990년대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R&D에 집중했고, 마침내 1999년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국내 최초로 상업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부터는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배터리 회사들은 소형전지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LG화학은 자동차 등 중대형전지 개발에 도전했다.

이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과 글로벌 전동화 트렌드를 예견해 일본이 소형전지에 집중하는 동안 중대형 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세계 최초로 도전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원천 기술 특허를 포함해 수많은 기술 개발과 글로벌 특허를 출원하게 됐고 비즈니스 구조의 다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이 전기차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세계 최초 세라믹 코팅으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혼합 양극재,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은 회사의 자랑이다.

이 센터장은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주를 지속했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제품 사양 관련 요구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신기술을 지속 만들었고, 이를 특허로 확보해 신규 특허가 쌓이는 선순환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허 전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적인 특허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봤다. 그는 “배터리 제조에 상용화된 1세대 기술부터 첨단 3세대 기술까지 등록기준 3만4000여건, 출원기준 6만1000여건에 이르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방대한 포트폴리오는 일종의 ‘핵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며, 우리의 제품과 고객사를 보호해 준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궁극적으로 후발 기업들에 특허를 판매해 개방형 특허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센터장은 “선발기업이 특허를 개방하지 않고 이를 모두 특허 전문 기업에 팔아 특허 괴물을 만든다면 산업 성장은 저해되고 시장은 소송과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당한 특허 사용료를 받고 이를 신기술에 재투자하며 모두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센터장은 ‘패스트팔로워’ 특허 전략에서 나아가 ‘퍼스트무버’의 지위를 굳히겠다고도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우수한 특허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다면 2014년부터는 특허 R&D 프로세스를 도입, 배터리 업계의 특허를 분석하고 공백을 찾았다”며 “특허 출원을 단순히 신제품 개발 과정의 일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잠재적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특허는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이 쌓인 운동장을 발자국을 찍으며 달리는 것과 같다. 경쟁사에서 특허를 낼 틈이 없게 더욱 촘촘하게 발자국을 찍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이 센터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고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이 시점에 공정한 경쟁 구도를 구축하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리지널 이노베이터이자 퍼스트무버인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를 공격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사용료를 받고 특허를 개방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특허 라이선스를 통해 보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제품과 기술이 등장한다”며 “대기업, 소재 전문 업체, 기술 벤처, 학계 등 모든 유관 기관들이 협력해 성숙하고 발전된 배터리 산업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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