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신 없는 당권 경쟁, 당원 40%
“당권 경쟁 최대 승부처는 영남”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 당권주자 4명이 경쟁적으로 영남을 찾고 있다. 당 핵심 지지층인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을 찾아 표심 공략에 나선 것으로, 이번 당권 경쟁에 영남 출신 후보가 없는 점도 ‘영남 구애’가 치열한 원인으로 꼽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이날 공식일정을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나경원 후보는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 간담회로 시작했다. 원희룡 후보와 윤상현 후보는 각각 경남 진주시 당원협의회 간담회, 경북도청 방문으로 이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우선 한 후보는 이날 유엔기념공원 참배 후 부산 내 지역별로 당원 간담회를 8번 강행군을 이어간다. 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압도적인 민심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영남 당원 지지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 후보에 대한 반감도 감지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한 후보와의 만남을 거절 이유도 이 같은 지역 정서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는 유엔기념공원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나 자신을 겨냥한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에 대해 “당정관계가 정치 목표가 아니라 좋은 정치와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의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당정관계의 합리적인 쇄신을 말했고 많은 국민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날 대구를 찾았다. 앞서 나 의원은 공식 선거 운동의 첫 지방행보로 울산·경남을 택했다. 지난 26일 박완수 경남지사와 오찬을 시작으로 경남도의원, 창원마산합포 당협, 부산 사하을 당협과 연이어 만났다. 아울러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진주시에서 2번의 당협 간담회 후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만남 등 경남 일정을 채웠다. TK 지역에서는 이미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원 후보는 진주시 일정에 앞서 출연한 YTN라디오에서 “(한 후보는)비대위원장을 하면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1호 당원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싸우려고 달려들면 파탄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났다. 총선 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며 당내 영남 기득권 비판에 앞장섰던 만큼 윤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수도권 지지세 확장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장 선출 대회’에 참석해 “당 중앙을 폭파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러한 분노나 변화, 혁신 의지 없으면 이 당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당대표 선거의 결과를 가를 핵심 승부처로 ‘영남 당심’을 꼽는다. 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가 80% 반영되고, 전체 당원의 약 40%가 영남권에 분포하고 있다. 4명 후보 모두, 영남에서 조직표를 기대하기에는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후보들이 앞다퉈 영남을 찾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당권 경쟁은 영남에서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시간 차이를 두고 후보들의 영남행이 이어지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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