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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내수 정체에 ‘경기 부진’ 진단한 KDI...과감한 대책 시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의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고금리 부담에 짓눌려 있다는 평가다. KDI는 지난 5월엔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했지만 지난달에는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만에 경기 개선세가 부진하다는 부정적 방향으로 기운 것이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 탓이 크다. 가계 지갑이 얇아지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상품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1%나 쪼그라들었다. 지난 4월(-2.2%)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승용차(-7.5%→-9.2%), 의복(-5.3%→-6.8%), 음식료품(-3.3%→-3.6%)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지출이 줄었다.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1.4%), 숙박 ·음식점업(-0.9%)도 마찬가지다. 투자도 설비와 건설 모두 감소세다. 5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월(-2.2%)에 비해 5.1%로 감소폭을 벌렸다. 건설투자 역시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전월(-0.1%)에 비해 감소폭(-3.8%)이 확대됐다. 호조를 보이는 수출과 온도차가 크다. 반도체 경기의 호조세가 고금리에 막혀 관련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4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7%에서 0.59%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39%에서 0.40%로 늘어났는데 모두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91만1000명으로 1년 전(80만명)보다 11만명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82만8000명)과 비교해도 8만명 이상 많다. 고금리가 경제 곳곳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KDI가 대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고금리 정책 기조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준 금리를 결정해야 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폭증하는 가계빚과 환율을 고려하면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고금리 탓이 크더라도 소비 진작을 위해 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소비를 줄여도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에는 지갑을 여는 게 요즘 소비자들이다. 소비 진작 효과가 큰 국내 관광 활성화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모든 소비가 줄었는데 해외 소비만 늘어난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과 아이디어만 갖다 쓸 게 아니라 참신한 걸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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