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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공사비 분쟁 또 역대 최고치 찍는다…정비사업 전국이 전쟁터 [부동산360]
상반기 부동산원 공사비검증 총 20건…매달 3~4건 수준 의뢰
서울사업지 7건으로 35% 수준…경기 4건, 인천·부산도 3건
디엘이앤씨·한신공영이 사업장 상위
조합들 “이정도 공사비면 사업 시작도 못했어”
건설사 “손해보며 사업할 수는 없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고은결 기자] 인건비와 자재비 폭등이 낳은 공사비 상승으로 전국 사업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폭증하며 공사비 검증 건수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된다.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멈춰서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으로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건수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공사비 검증이 진행되고 있거나 완료된 사업지가 20곳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20곳 중 올해 상반기에 검증을 의뢰한 사업장은 19곳이었다. 나머지 1곳은 대구 한 재개발 사업장으로, 지난해 10월 검증을 신청해 올해 1월 검증이 완료됐다. 올해 신청한 19곳 중에서는 13곳만 상반기 중 검증을 완료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이란 시공사가 공사비를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려는 경우 사업시행자(정비사업 조합)가 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 받도록 하는 제도다.

2019년 불과 3건에 그쳤던 공사비 검증 완료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매년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중 3월에는 4건 나머지는 전부 3건씩 공사비 검증 의뢰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말이면 40건에 가까운 공사비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둘러싼 분쟁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지방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 20건 가운데 이문1구역, 신반포18차, 삼선5구역 등 7건(35%)의 서울 내 정비사업지에서 공사비 검증이 이뤄졌다.

그 밖에 과천시 주공4단지 등 경기 4건·인천·부산 3건, 대구·대전·강원 등은 1건이 진행됐다.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사업장의 시공사 역시 특정 건설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부산시 남산1구역, 서울시 천호3재건축을 시공중인 디엘이앤씨와 인천 간석성락, 행신2-1구역 등을 시공중인 한신공영이 3건으로 가장 많았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컨소시엄 포함) 등이 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동부건설, 서희건설 등의 사업지도 공사비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공사비 검증 의뢰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올리고자 하는 조합과 이대로는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시공사의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4.09로 4년 전인 2020년 3월(118.47)보다 35.62포인트 상승했다.

시공사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한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은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를 받아들이는 경우 조합원들의 분담금 폭탄은 물론 일반분양가도 올라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액수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였다면 처음부터 재건축을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을 조합원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원자재가격, 인건비 등 최근 급등하는 물가를 반영하면 어쩔 수 없다. 일부 사업지는 공사비가 안 맞아 당장이라도 시공권 해제를 주장하고 싶은 곳들도 있다”고 했다.

과거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우선 따고보자’는 식으로 건설사들이 덤핑수주를 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주 당시에도 가격이 낮아 일정부분 공사비 인상을 예상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그 폭이 크게 늘다보니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뢰한 부동산원 공사비 검증이지만, 수수료도 적잖은 금액일 뿐만 아니라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공사비 검증 수수료는 전체 공사액과 증액 공사비에 따라 다른데 예를들어 총 공사비 7000억원 사업장의 공사비를 의뢰하는 경우 수수료만도 6500만원에 이른다.

조합 총회 등에 검증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사전 합의 하에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에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에 조합들은 향후 갈등 상황 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신청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이후 조합은 사실상 ‘을’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비 검증이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양측이 사전에 협의하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례처럼 협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ang@heraldcorp.com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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